오늘의 투고 원고는 몇 개일까...
브런치에 연재한 글이 출간까지 이어지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1) 상기의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당선되는 경우
2) 브런치를 여행하던 편집자나 기획자의 눈에 띄는 경우
3) 출간기획서와 함께 브런치 링크를 걸어 출판사에 투고하는 경우
4) 글을 모아 직접 전자책을 발행하거나 자비 출간하는 경우
1번은 워낙 글을 잘 쓰시거나 소재가 독특한 분들이시고...
4번은 언제든 의지(와 돈)만 있다면 가능하니 차치하면.
여기서 브런치 작가님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것이 2번과 3번의 경우일 텐데요.
우선 2번과 관련한 이야기부터 하자면, 편집기획자들은 브런치를 거의 매일, 혹은 매주 방문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고요.
(이하의 글은 주관적인 생각이 매우 많이 반영되어 있으니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라고 썼던 지난번 글 중에서, 3번 투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지금 다니고 있는 출판사는 다섯 번째 회사입니다.
규모가 아주 작은 곳, 중간 정도인 곳, (출판계치고는) 꽤 큰 곳을 두루 다녀봤고,
그런 출판사도 있어? 라는 말이 나오는 곳과 출판 쪽에 관심이 없어도 누구나 알 만한 곳도 다녀봤죠.
갑자기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규모가 작든 크든 간에 투고 원고는 거의 매일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규모에 상관없이 하루에 한두 개, 많으면 열몇 개의 투고 원고가 들어옵니다.
그것도 매일요!
출판사에 '투고 원고 검토팀' 같은 게 있을 리 없으니, 대부분 편집기획부에서 투고 원고를 검토하게 되는데요.
문제는 편집자와 기획자의 업무가 지나치게 많다는 거죠.
정말 마음 같아서는 모든 원고를 꼼꼼하게 하나하나 읽어보고,
최대한 빨리 정성스럽게 피드백을 드리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진짜로요...
출판사의 투고 방법 안내를 살펴보면 투고 후 답장까지 한 달 정도 걸린다는 곳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당장 브런치만 봐도, 수십 곳의 출판사에 투고를 했는데 '거절' 답변이라도 보내주는 곳은 한두 곳에 불과했다는 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죠.
출판사에서 갑질을 하거나 배짱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일손과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임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업무에 치이는 편집자들의 입장을 대변하자면,
모든 원고를 다 읽어볼 수도 없을뿐더러 사실 1~2분 이내에 읽다가 삭제해 버리는 원고가 대부분입니다.
모든 원고에 30분씩을 투자하느니, 꼭 검토해야 하는 원고에 3시간을 투자하는 게 훨씬 낫기 때문인데요.
1~2분 내에 삭제되는 원고들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유형에 해당됩니다.
1) 해당 출판사와 맞지 않는 장르의 원고
-가령, 문학과 에세이를 주력으로 하는 출판사에 경제 경영서 원고를 투고하면 답변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99.99%입니다.
여기에, OO출판사에 투고하는 건데, 메일 제목이나 본문에 ㅁㅁ출판사로 되어 있거나
[받는 사람] 란에 수십 개 출판사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다면 100%로 확률이 올라갑니다.
매출 상위 100개의 출판사에 100번 투고하는 것보다, 본인이 투고하는 원고의 성격과 비슷한 책들을
꾸준히 출간했던 출판사 대여섯 곳에 투고하는 것이, 출간으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100% 실화인데요. 얼마 전 받는 사람 란에 수백 개의 출판사 메일 주소를 넣어두곤, '가장 먼저 연락이 오는 출판사의 손을 잡아주겠다, 늦으면 분명 후회할 것'이라는 식의 글을 써 투고한 분이 있었답니다.)
2) 샘플 원고조차 없는 투고
-브런치 작가님들은 사실 거의 해당이 되지 않는 경우인데요. 대부분 브런치 링크를 첨부해 주시고, 여기서 여태 쓰셨던 글들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브런치 주소만 첨부해서는 조금 곤란합니다. 간략한 소개글이나 출간기획서 정도는 함께 보내주셔야 해요.
그런데 간혹, 브런치 글들도 없이 자신의 화려한 이력을 나열하면서 출간과 동시에 수만 부는 우습게 팔 수 있다는 인맥을 자랑'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목차나 샘플 원고, 하다못해 출간 기획안 등 아무것도 없죠.
이 경우도 99% 확률로 휴지통입니다.
3) 명확한 소재가 없는 경우, 상투적인 내용인 경우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대표적으로 <독서>에 대한 원고가 그렇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 1년 만에 책 100권을 읽었더니 생긴 변화>, <하루 10분 책 읽기의 기적>.
위 제목을 보면 대부분 '어? 무슨 내용이지? 사볼까?'가 아니라, '지겹고 식상하다'고 느낄 겁니다.
이미 수없이 출간되어 있고, 누구나 쓸 수 있는 내용은 시간을 들여 검토하기 어렵습니다.
4) OO글쓰기학교/교실
-OO글쓰기학교 00기 수강생으로, OO글쓰기학교의 대표님은 이렇게 대단하시고 여기 수강생들은 A, B, C, D, E 등의 출판사에서 베스트셀러를 출간... 으로 시작되는 투고 메일들이 있습니다. 아니, 많습니다.
(그런데... 양심상 이 출간 출판사 리스트에서 자회사나 자비 출판사는 좀 빼주셨으면)
출간 기획안, 샘플 원고, 저자 소개 등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첨부되어 옵니다.
하지만 실제로 출간이나, 피드백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죠.
'책 출간을 위한 글쓰기'라는 게 너무 뻔히 보이기 때문입니다.
간혹 소재가 굉장히 독특하거나 글이 청산유수인 분들의 원고는 일단 검토하게 되는데, 사실 이런 분들은 굳이 수백~수천만 원의 수강료를 지불하지 않으셨어도 출간으로 이어졌을 분들입니다.
'책 출간을 위한 글쓰기'는 편집자의 눈에도 뻔히 보이고, 독자들 눈에도 뻔히 보입니다. 차라리 독서 모임이나 글쓰기 모임, 혹은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올리는 게 백배 낫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출판사 투고에 성공하는 길은 어쩌면 브런치 작가가 되는 법과 똑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의 1~3번을 반대로만 하면 되는데,
1) 출판사(브런치)와 결이 맞는 글을
2) 샘플원고나 목차를 포함해서
3) 명확한 소재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로 쓰면 되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브런치라는 벽을 뚫어낸 모든 브런치 작가님들은,
원고 투고 또한 같은 방법으로 언젠가 통과하실 수 있을 겁니다!
작가님의 글과 결이 맞는 출판사나 편집자를 찾는, 그 한 걸음만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
연말을 맞아 경상권을 다녀왔습니다. 포항에선 참 소주를, 부산에선 대선과 시원을 먹고 왔지요.
어쩌다 보니 현지인들과도 합석을 하게 되었는데, 제가 대선을 마시는 걸 보더니 '우린 맹맹해서 대선 그런 거 안 먹는다'기에 질 수 없어 시원을 마시고 필름이... 후... 시원이 도수가 훨씬 높더라고요...
조금 늦었지만, 모두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