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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이슬 Dec 28. 2023

출판기획 이야기 (1) - 브런치

출판사에서 브런치를 얼마나 보냐고요?


올해도 어김없이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가 있었죠.

벌써 11회째라니, 참 꾸준하다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올해 경쟁률은 880대 1이었다니... 한 번 더 참가해 보고 싶기도 하고, 8,800개 원고를 읽었을 편집자들을 생각하니 엄두가 나지 않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네네...


당선 글이 뜨자마자 하나씩 읽어봤는데, 구독자가 10의 자리인 분도 계시고 해서 약간 놀라긴 했습니다.

언젠가 한번 브런치 구독자 숫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글을 썼었는데(하기에 쓴 내용 말고도...)

다른 편집자들도 비슷하구나 싶기도 했고요. 후후.


아무튼.




브런치에 연재한 글이 출간까지 이어지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1) 상기의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당선되는 경우

2) 브런치를 여행하던 편집자나 기획자의 눈에 띄는 경우

3) 출간기획서와 함께 브런치 링크를 걸어 출판사에 투고하는 경우

4) 글을 모아 직접 전자책을 발행하거나 자비 출간하는 경우


1번은 워낙 글을 잘 쓰시거나 소재가 독특한 분들이시고...

4번은 언제든 의지(와 돈)만 있다면 가능하니 차치하면.

여기서 브런치 작가님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것이 2번과 3번의 경우일 텐데요.

우선 2번과 관련한 이야기부터 하자면, 편집기획자들은 브런치를 거의 매일, 혹은 매주 방문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고요.


(이하의 글은 주관적인 생각이 매우 많이 반영되어 있으니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출판기획자마다 기획하는 방법과 선호하는 플랫폼은 모두 다릅니다.

일하는 방식이 다르고, 관심 있는 분야가 다르고, 다루는 장르가 다르기 때문이죠.

가령 에세이 편집자라면 브런치를 주목해서 볼 테지만, 장르문학 편집자라면 타 플랫폼에 비해서 

브런치의 중요도는 낮을 수밖에 없는 식입니다.

타 장르를 다룬다 해도, 비중이 다를 뿐 대부분의 기획편집자들은 브런치를 꽤나 주목해서 읽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일해본 많은 기획자들이 실제로 그랬고요.


개인적인 루틴은 이렇습니다.

출근하면 설레는 마음으로, 구독 중인 작가님들의 브런치를 차례로 방문해 봅니다.

여기서 구독 중인 작가님들은, 출간 제안을 드렸거나 드리기 위해 준비 중인 분들입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계정이고, 출간 제안용 계정을 따로 두고 있습니다)

이후엔 메인에 뜬 글들을 몇 번 새로고침해서, 관심 가는 글들을 읽어봅니다.

(요샌 메인에 보이는 글들이 너무 비슷비슷해서 안타깝습니다. 브런치 관계자님, 알고 계십니까?)

다음으론 기획 구상 중인 소재의 키워드 몇 개를 넣어서, 혹시 새로 올라온 글이 있나 살펴보고요.


실제로 브런치를 통해 대여섯 분 정도의 작가님과 출간 작업을 했고,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죠.


이번 글에서는 앞에서 언급했던 네 가지 방법 중,

두 번째 방법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팁을 간단히 정리해 보고자 해요.

(출판사, 기획자마다 모두 천차만별이므로 이 점 감안하고 읽어주세요!)


1) 구독자의 숫자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습니다.

인플루언서를 섭외할 생각이었다면 브런치보다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을 먼저 찾기 때문이죠.

브런치 구독자 숫자보다는, 글을 얼마나 꾸준히 쓰고 있고 소재가 얼마나 차별화되어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물론 작가 소개란에 연결돼 있는 SNS의 팔로워 숫자가 100k라면 조금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브런치에서 찾아 출간까지 이어졌던 작가님 중 몇 분은 브런치 구독자 숫자가 두 자릿수였습니다.

SNS 또한 거의 미미했거나 익명이셨죠.

하지만 이런 분들은 제가 기획했던 소재와 방향성에 정확히 맞는 분이셨습니다.

기획에 딱 맞는 작가님을 찾았는데, 브런치에 데뷔한 지 얼마 안 되셨고 구독자도 거의 없다?

오히려 편집자는, 땅바닥에서 보석을 발견한 듯한 희열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2) 키워드와 차별화

가령 이런 식입니다. 만약 다이어트 책을 기획한다면, 기획자는 소재와 키워드를 좀 더 세밀하게 잡습니다.

'크로스핏+저탄고지+직장인 다이어트'와 같은 식이죠.

단순히 '다이어트'만 검색하면 수천수만 개의 게시글이 보이겠지만

[크로스핏 저탄고지 직장인 다이어트]로 검색하면 수십, 많아야 수백 개의 글만 보일 겁니다.

제가 브런치를 통해 출간 제안을 드렸던 분들은, 키워드가 명확한 분들이셨습니다.

이번 브런치북에서도 진짜 신기한 소재들이 많더라고요. 대체 어떻게들 찾으... 아니 검토한 거죠 참.^^;


3) 문장은 최대한 짧게

문장을 최대한 간결하게 쓰라는 말은 누구나 많이 들어봤을 거예요.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브런치에서는 특히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100% 개인 생각...).

브런치라는 공간이 특이하게도 사전 심사를 거친 사람만 글을 발행할 수 있긴 하지만,

이 심사 기준에 필력이 들어가는 것 같진 않은데요.

당연하게도 브런치의 글들은 필력이나 가독성 등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습니다.

간혹 재밌게 술술 잘 읽히는 브런치 글을 보면, 대부분 1~2줄 사이에서 문장이 끝납니다. 아마도요...?

특히 요즘에는 독자들 또한 긴 문장에 피로감을 느끼는 추세이므로 문장은 최대한 짧고 간결한 게 좋습니다.

편집자나 기획자 또한, 책의 첫 번째 독자라는 걸 잊지 않으셔야 합니다.


4) 꾸준한 발행

간혹, 아니 과반수 이상의 브런치 작가님들이 여러 개의 브런치북 발행을 합니다.

저도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고요.

이게 나쁜 건 아닙니다. 주제별로 글들을 묶어 한눈에 볼 수 있으니 오히려 좋죠.

문제는 하나의 매거진이 매듭지어지지 않은 채 방치되는 경우입니다(여기서 저도 잠깐 반성).

딱 생각하던 소재의 매력적인 글을 발견해 쭉 읽다가,

5화 내외로 글이 멈춰있고 마지막 발행일도 작년 혹은 재작년 어디 즈음이라 안타까울 때가 많았습니다.

꼭 하나의 매거진을 마무리 짓고 다음 매거진으로 넘어가야 하는 건 아니지만,

최소 20~30화 이상의 분량으로 꾸준히 올린다면 분명 언젠가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요...?


5) 운과 타이밍

이상하긴 하지만 결국 모든 일은 운과 타이밍인 것 같아요.

마침 브런치에 내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결심하고 재밌게 글을 발행하던 중,

마침 그 이야기로 책을 내야겠다고 결심한 기획자가

마침 우연찮게 브런치에서 그 글을 발견하는 그 타이밍과 그 운.



원래 3번, 출판사에 투고하는 경우도 함께 쓰려고 했는데

브런치 이야기만 해도 글이 너무 길어져서 부득이하게 나눠서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에세이, 소설 투고로 나눠서 천천히 올려볼게요.

그럼 다음 주에 만나요!





이 글을 쓰면서 먹은 안주.


파주에는 성탄절에 눈이 아주 많이 왔습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라서 더더 기분이 나빴지만(...) 여러 술과 함께 털어버렸습죠.... 예....

다른 작가님들은 행복하셨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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