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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이슬 Aug 01. 2024

출판계, 그 꼰스러움에 대하여

지금은 2024년입니다...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빌어먹을 출판계가 고리타분하고 고루하고 고이다 못해 썩어있고 폐쇄적이라는 편견 아닌 편견이 꽤 있는데요. 사실 어느 정도는 맞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이직이 그렇게 잦은 업계라더니 말이 되냐?’ 싶으시겠지만, 말이 됩니다.

저만 해도 10년 차가 좀 넘었는데 벌써 다섯 번째 출판사에 재직 중이니, 젊은 편집인들이 2~3년 차마다 회사를 옮긴다는 이야기는 꽤 정확합니다. ‘그렇게 잘해줬는데 괘씸하다, 기껏 키워놨더니 딴 데 간다, 이래서 신입을 뽑을 필요가 없다’ 등등 임원급들이 헛소리를 하시곤 하는데, 그럼 이직 결심을 하기 전에 좀 잘해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아무튼. 이렇게 대다수가 이직을 자주 하는 업계라면 물이 고일 수가 없을 것 같지만, 문제는 윗물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대표, 임원, 편집장들은 보통 해당 출판사에 수십 년째 재직 중이기 마련이죠. 특히 9시 뉴스에 나올 정도의 물의를 일으킨 임원들도, 몇 년 지나 찾아보면 버젓이 다시 근무하고 있습니다. 출판계엔 아무도 관심이 없거든요... :)


아르바이트 빼고, ‘직장인’으로서 전 다른 업계에서 일해본 적이 없어 비교값이 적긴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계가 고리타분하고 폐쇄적이고 썩어있다고 느낀 건, 다른 업계 직장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100% 경악하는 출판계 썰들이 몇 개가 있어서입니다. 오늘은 가볍게 세 개 정도만 풀어볼까 합니다.




1. 빨간구두 빌런


<출처: 컨버스 공식 스토어>



대부분 한 번쯤은 신어보셨을 기본 컨버스화입니다. 색깔이 살짝 튀긴 하죠. 튀나요? 회사에 신고 가면 안 될 것처럼 보이시나요?


이 신발을 신고 출근한 어느 날, 엘리베이터 앞에서 편집장님을 마주쳤습니다.

제 신발을 흘깃 보더니, “어머, 자긴 회사에 이렇게 야한 신발을 신고 와?”라고 하셨죠.

정말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전 충격+당황+공포로 한마디도 못 했답니다.

혹시 몰라 부연하자면, 신발을 제외한 복장은 누가 봐도 단정한 회사원이었습니다.



2. 자동차 상석 빌런


자동차에도 상석이 있다는 사실, 다들 알고 계시죠? 상급자나 연장자가 운전하는 차에 단둘이 타게 될 경우 당연히 뒷좌석이 아니라 조수석에 타야 된다는 것 정도는 다들 아실 겁니다.

그렇다면 다섯 명이 타는 차에서, 최상급자가 운전대를 잡았을 때 상석 1234는 각각 어떻게 될까요? 반대로 최하급자가 운전대를 잡았을 때는요? 탑승자가 셋이라면, 넷이라면요?


무슨 국가 원수 의전하는 것도 아니고, 인원수별 상황별 자동차 상석을 줄줄이 꿰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특히 2030세대라면요. 하지만 모 출판사 임원 중에는 이 자동차 상석뿐 아니라 식사 자리는 물론 엘리베이터 상석까지 엄격히 따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니, 있습니다. 아직 현역이시니 여전하시겠죠.

사원~대리급이 실수하면 팀장을 불러 기본예절도 안 가르쳤냐고 엄청나게 갈궜죠.

덕분에 줄줄이 외웠었는데, 이직하고 몇 년 지나자 귀신같이 까먹었답니다.

다른 데선 그냥 둘이 탈 땐 조수석, 여럿이 탈 땐 뭐 덩치 큰 사람이 조수석에 타거나 피곤한 사람이 뒤에 타거나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더라고요. 퉤.



3. 항렬 빌런


2030 여러분, 혹시 본인의 본관과 항렬, 항렬자를 아시나요?

혹시나 싶어 여러 단톡방에 물어보니 본관은 대부분 알아도 본인이 몇 대손인지, 항렬자가 뭔지 정확히 아는 2030은... 10~20%? 정도밖에 안 되더라고요.


출판사 면접 때, 본관뿐 아니라 항렬, 항렬자를 물어보는 임원들이 있었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요. 첫 번째는 대답하지 못했고(20대 중반의 일입니다), 두 번째부턴 정확히 대답했죠.

그뿐 아니라 부모형제의 이름 한문자, 직업, 최종학력과 학교 등을 면접 때 쓰게 하는 곳도 있습니다.

아니 일하는 건 난데, 형제의 최종학력과 학교가 왜 궁금하신지...?


이게 보편적인 상황은 아니죠? 그렇죠...?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요.

다 그렇진 않지만, 아직도 그런 출판사들이 있답니다. :)


사실 출판 꼰대 썰은 앞으로 999개 정도는 더 쓸 수 있지만... 읽는 분들의 혈압을 생각해 참아봅니다.

혹 저혈압인 분 계시면 알려주세요!





문예창작과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출판계에 10년째 머물고 있는,

꼰대들의 시선으로 보면 곧 굶어 죽기 딱 좋은 북이슬 씀.



커버이미지 ⓒ약치기(@yangchik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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