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식도
맨홀에서 나온 그가
구멍 속에 발을 넣고 아스팔트 바닥에 걸터앉아
지는 해를 바라본다
구부정한 자세로
부서지는 빛을 온몸으로 맞다가
이내
껌껌한 구멍 속으로
엉덩이를 넣고
허리를 넣고
손을 넣고
하얀 헬멧을 넣는다
그 속은
내가 모르는 미지의 식도
어둡고 긴 터널 같은 그곳을
그는
묵묵히 걸어가야 했다
걸린 것은 뽑아내고 막힌 것은 밀어내야 했다
간혹 뜨겁고 신 그것이 넘쳐흘러도 참아야 했다
그래야 겨우 위장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구멍 옆에서
한참을 상상하다 침을 꼴딱 삼킨다
뭣도 모르는 나는
한낱 뚜껑만 바라볼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