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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진 May 05. 2020

달걀판



달걀판


나는 누구인가


뜨거운 소식을 가슴품고 모서리가 예리했던 나는

어디 가고

이렇게 울퉁불퉁하고 뭉뚝하게 변해버린 걸까


나와 너 사이에 낀 누런 것,

온종일 잠만 자다

세상의 으름장깨어 노랗고 투명한 눈물을 흘리는 그것을

나는 왜

혹여 깰까 온몸으로 껴안다가

상처 받을까 밤낮으로 살피다가

때가 되면 떠나버리는 빈자리가 슬프다가

슬프다가, 좋을까


텅 빈 둥지

고요할 틈 없이

곰팡이 위에, 어둠 속에

다닥다닥 이어 붙여

나는 왜

온갖 시끄러운 것을 감싸 안고

달려드는 차가운 것을 밀어내고

밤만 되면 찾아오는 축축한 것을 맞느라

만신창이가 되어갈까


텅 빈 유곽

가차 없이 뜯겨 버려지네


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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