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충이 한 마리가
한강 변 자전거도로를 건넌다
돌 틈에 자란 풀숲이 좁았던지
건너편 우거진 풀숲을 향해 꿀렁꿀렁
하얀 빗장을 넘으면
올록볼록 다가오는 그림자
둥그런 칼
멀었다 가까워졌다 저 멀리 사그라드는 괴성
이따금 멈춰 숨을 고르다
노란 중간 펜스에 다다라
슬쩍 옆을 더듬다가
다시
앞을 보고 꿀렁꿀렁
바닥에 눌어붙은 지나간 것들을 지나
장미 덩굴 같은 균열을 넘어서
희미했던 푸르름이
사실 갈색과 연두색과 노란색과 초록색과 회색과 붉은색과 흰색과 검은색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꿀렁대던 것은
팔랑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