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관찰집

과속방지턱

by 참진


과속방지턱


너 앞에서 난 고꾸라졌다

먼 곳만 바라봤던 빈 몸뚱이는

눈앞의 너를 외면했고

밑바닥은 쓸려 너덜거렸다

나는 네가 지겨웠다

노랗고 하얀 사선의 옷을 입고

봉긋한 가슴 내미는 네가 역겨웠다

잊을 만하면 내 앞에 나타나서

남들이 만든 얼룩 고스란히 내보이고,

쭈글쭈글한 옷 주름과

평평한 너의 거짓 모습까지

모든 것을 증오했다

난 너를 관통하고 싶었다

넌 언제나

날 멈추게 하니까

날 작게 만드니까


그러다

너에게 내 몸의 반쯤 걸치고 나서야 알았다

네가 날 밀어낸다는 것을


너는 내가 지겨웠다

일방적으로 달려오는 고철덩어리

한 치 앞도 모르는 내 무지함이 역겨웠고,

먼 곳만 바라보느라

덜컹하고 붕 뜬

한 치 앞도 못 보는 빈껍데기를 증오했다


넌 밀어냈고, 난 고꾸라졌다

같은 마음이었다






https://www.instagram.com/malangmalang.book/

https://blog.naver.com/malangmalang_book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곰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