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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진 Jun 29. 2020

먹고 쌌다


먹고 쌌다


육교는 하루 종일 먹었다

회색 빨대를 점선으로 나눠서

쭉 빨면 줄 맞춰 딸려오는 네모들

검은색, 회색, 흰색 간간이 빨강

 

욕심 많은 육교는    

아침저녁으로 꾸역꾸역했고

새벽엔 날름거렸지만


목표만 있는 각진 생애는

앞만 넓고 뒤는 좁아

낮게 엎드려 먼 곳만 바라봤다


'왜'는 없고 '무엇'만 있는

영양가 없는 네모 

먹고 먹고 먹고

와르르 싸버리는

덜커덩한 헛트림엔

흡수되지 않는 고단한 냄새가 진동했다


텅 빈 네모들 잘렸다 지워졌다 붙여졌다

분주히 죽어가고

회색 마른 육교는 입을 벌린 채

그저 먹고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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