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관찰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참진 Jul 07. 2020

길 위에서

길 위에서


길 위에서

목의 절반을 자른다 

너덜거리는 대가리와 몸통 사이로 들어간

시뻘건 입, 심장을 뜯어내고 창자를 긁어내고

텅 빈 허연 배를 가른다

터져버린 내장과 피로 물든 살점을 통에 쓸어 담는

넓적한 칼은 표정도 없이 정확했다

얼마나 많은 숨을 절단 내었길래 시퍼런 순수함은 아득해 보일까

뼈와 살이 엉겨 붙은 고단한 육체는 펼쳐졌고

검은 봉투 속으로

토막 난 시절이 어지럽게 쏟아졌다

길 위에서

알 수 없는 삶의 조각들은 바스락거렸다

차갑게 식은 비린내가 인파 속에 뒤섞였다





https://www.instagram.com/malangmalang.book/

https://blog.naver.com/malangmalang_book

매거진의 이전글 둘은 둘이 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