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벗은 능선에 나무는 홀로 서 있다.
나무는 주변의 가지와 나뭇잎에 걸러지지 않은 거친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휘청대다가 이내 뿌리로 흙을 더 꽉 움켜잡으며 버텨낸다. 이 모습은 살기 위해 세상과의 마찰을 이겨내는 나무의 의지다.
숲은 그런 나무들이 모여 만들어진 다채로운 개별성의 종합인데 인간이 그 세력들을 밀어내서 민둥산이라는 보편성으로 만들었다. 이 보편성은 개별성을 매몰시켰다. 그래서 제 자리에 서 있는 나무는 제 자리에서 사라진 나무들로 인해 어색해 보인다.
우뚝 서 있는 높이만큼 나무는 외롭지만 땅 위에서 꼿꼿하게 살아내고, 몸통이 잘린 나무의 기록들은 바람에, 흙에, 기억 속에 묻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