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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진 Nov 23. 2019

하차 벨



하차 벨


‘딩동’


이 안의 누군가 벨을 눌렀다.

그 순간 양옆과 위에 붙어 있는 ‘STOP’이라는 동그란 빨간 불빛들이 네모난 공간을 장악한다.

그 안의 사람들은 때가 되었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들을 이끄는 인도자와, 창밖의 풍경과, 철로 만들어진 쪽문을 말이다.

말없이 벨을 누른 사람을 비롯하여 그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 몇몇 사람들은 긴장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지키고 있던 자리를 떠나는 적절한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서다.

인도자가 사방의 거울을 통해서 주변을 살피고 적절한 때가 되었다고 판단이 되었을 때, 돌출된 두 개의 레버를 동시에 올리고 철문을 힘차게 밀어낸다.

그 순간 맹렬히 발광하던 빨간 불빛들이 순식간에 꺼진다.

삑삑거리는 소리와 함께 눈치를 보던 사람들은 뒤돌아보지 않고 다급히 문밖으로 나가고 동시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 제자리를 찾기 위해 사방을 탐색하면서 그 대열에 합류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서로가 지켜야 할 규칙들을 정하고 묵묵히 앞만 보고 달려간다. 그렇게 그 공간은 긴장과 이완 속에서 출발과 정지를 반복하며 만남과 이별을 만들어 낸다.


‘딩동’


벨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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