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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진 Dec 13. 2019

노인



노인


카페에 앉은 노인들의 대화 주제는 오로지 그들의 자식이다.

자식의 학벌, 외모, 결혼, 직장, 재산을 이야기하는데 그 내용을 대충 들어도 자식들의 인적사항을 비롯한 관심사항까지도 파악할 수 있을 만큼 디테일해서 놀라울 정도다.


그들은 단 한 번도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자식에 대해서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대화의 흐름 속에 자신의 존재가 파고들만큼의 빈틈조차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그들은 한참 동안 서로의 자식들을 내세우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한다. 그 이야기 안에서 그들의 자식들은 각종 스펙을 무기 삼아 자신도 모르는 상대와 경쟁을 한다.


노인이 되면 저렇게 되는 것일까? 자식이 없는 노인은 어떠할까? 과연 그들의 자식들도 그들을 자세하게 알고, 남들에게 이야기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를까?


나는 그들이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연민을 느낀다.

주변은 조용한데 그들의 언성은 점차 높아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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