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관찰집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참진 Feb 04. 2020

거미줄



거미줄


거미는 허공을 점거한다

나뭇가지, 처마, 가로등 사이를 수차례 연결해서 만든 거미줄 

그것이 누구의 소유도 아닌 허공을 거미의 것으로 만들었다    


아침햇살에 반짝이고

바람에 넘실대는

그 보일 듯 말 듯한 거미줄이 

세상 끝까지 날아가려는 곤충들의 열망을 잡아챈다    


허공에 갇힌 곤충들

자유로워 보이는 하늘에서 자유롭지 않은 움직임으로

날갯짓하고 발버둥 치다가

그들의 몸을 잡고 있는 거미줄을 마구 흔들어 대다가

흔들림, 그 떨림이 잦아들 즈음에

새로운 흔들림이 다가와

힘이 빠진 그들을 서서히 묶고, 녹이고, 빨아먹는다  

   

텅 빈 껍데기 

거미줄의 일부가 되어 

바람과 함께 춤추는 

그 가볍다 못해 엉성한 모습 안에

자유와 속박이 공존하고

삶의 기쁨과 죽음의 허무가 교차한다

   

기다림 속에서

흔들림 속에서

허공의 세계는 더 견고해져 간다 






https://blog.naver.com/malangmalang_book

https://www.instagram.com/malangmalang.book/







매거진의 이전글 뜨거움에 대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