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관찰집

거미줄

by 참진



거미줄


거미는 허공을 점거한다

나뭇가지, 처마, 가로등 사이를 수차례 연결해서 만든 거미줄

그것이 누구의 소유도 아닌 허공을 거미의 것으로 만들었다


아침햇살에 반짝이고

바람에 넘실대는

그 보일 듯 말 듯한 거미줄이

세상 끝까지 날아가려는 곤충들의 열망을 잡아챈다


허공에 갇힌 곤충들

자유로워 보이는 하늘에서 자유롭지 않은 움직임으로

날갯짓하고 발버둥 치다가

그들의 몸을 잡고 있는 거미줄을 마구 흔들어 대다가

흔들림, 그 떨림이 잦아들 즈음에

새로운 흔들림이 다가와

힘이 빠진 그들을 서서히 묶고, 녹이고, 빨아먹는다

텅 빈 껍데기

거미줄의 일부가 되어

바람과 함께 춤추는

그 가볍다 못해 엉성한 모습 안에

자유와 속박이 공존하고

삶의 기쁨과 죽음의 허무가 교차한다

기다림 속에서

흔들림 속에서

허공의 세계는 더 견고해져 간다






https://blog.naver.com/malangmalang_book

https://www.instagram.com/malangmalang.book/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뜨거움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