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는 허공을 점거한다
나뭇가지, 처마, 가로등 사이를 수차례 연결해서 만든 거미줄
그것이 누구의 소유도 아닌 허공을 거미의 것으로 만들었다
아침햇살에 반짝이고
바람에 넘실대는
그 보일 듯 말 듯한 거미줄이
세상 끝까지 날아가려는 곤충들의 열망을 잡아챈다
허공에 갇힌 곤충들
자유로워 보이는 하늘에서 자유롭지 않은 움직임으로
날갯짓하고 발버둥 치다가
그들의 몸을 잡고 있는 거미줄을 마구 흔들어 대다가
흔들림, 그 떨림이 잦아들 즈음에
새로운 흔들림이 다가와
힘이 빠진 그들을 서서히 묶고, 녹이고, 빨아먹는다
텅 빈 껍데기
거미줄의 일부가 되어
바람과 함께 춤추는
그 가볍다 못해 엉성한 모습 안에
자유와 속박이 공존하고
삶의 기쁨과 죽음의 허무가 교차한다
기다림 속에서
흔들림 속에서
허공의 세계는 더 견고해져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