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관찰집

그의 밴드(BAND)

by 참진

그의 밴드(BAND)


그가 만든 밴드 속에는

그와 나 둘 뿐이다


호기심 많았던 그가

컴퓨터를 배우고

스마트폰을 배우며

서툰 솜씨로 만든 밴드


아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아버지로서 인정받기 위해

신나게 밴드를 보냈을 그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가 만든 세상에

첫 멤버로 초대됐던 나는

승낙 버튼만 누르고 알림 기능을 끈 채

모른 척했던 시간이 4년


이제서야 들어가 본 밴드는

아무런 글도 사진도 남아있지 않다


그 안을 무심코 둘러보다

‘우리’, ‘형제’, ‘가족’이라는 키워드로

밴드를 처음 만들었던

그의 마음을 발견했을 때


냉정했던 내 모습에

무심했던 내 마음에

소리 없이 눈물만 흐른다


그가 그토록 생각했던

가족들을 초대할걸

그가 그토록 좋아했던

기록들을 남겨둘걸


밴드 기념일 알림 글만이 매년 게시되며

서로서로에게 축하 메시지를 남기라 하는데


이 안에도

이 밖에도

그는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그의 이름과 내 이름만이

‘멤버’라는 카테고리 안에 함께 묶여 있을 뿐


그가 없는 세월이 지나

하고 싶은 말이 많아

글을 써봐도

‘읽음’ 표시는 나타나질 않네


그때는 그가 있었지만

내가 없었고

지금은 내가 있지만

그가 없다


아무것도 없는 그의 세상에

한참을 머물다

변화 없는 새로 고침만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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