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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진 Mar 16. 2020

실외기



실외기


제자리에서

하루 종일

세상을 바라본다


해도 바람도 나뭇잎도 제 갈 길 가는데

벽에 묶여 갈 수도, 갈 곳도 없는

세월에 깎이고 햇빛에 그슬려 남루해진 몸

왼쪽 가슴 위에 박혀있는 빨갛고 파란 훈장으로

제 삶을 위로할 뿐


새가 와서 똥을 싸도

날벌레가 소란을 피워도

정지된 몸은 적막하다


더위에 늘어지는 날

개도 인간도 전선도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 눌어붙어 떨어지지 않는데

진부한 일상은 헝클어지네


소음과 먼지와 똥들이 엉겨 붙어 내쉬는 가쁜 숨

진땀이 뚝뚝 떨어질수록

굳게 닫힌 창엔 김이 서린다


보이지도 않는 것들의 욕구와 해소 사이에서

곤죽이 되도록 쳇바퀴는 돌아가는데

지겨운 이 삶은 바뀌질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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