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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오모스 Oct 29. 2024

'불행'이라는 감옥.

'당연하다'는 생각은 

나를 불행하게 가두는 감옥이었다


우리는 참 많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간다. 

사랑이 늘 곁에 있을 것이라 믿고, 

평화가 언제나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 믿는다. 

부모님의 사랑이, 

연인의 다정한 손길이, 

친구의 따스한 말들이, 

그리고 내가 꿈꾸는 모든 것이 

항상 나를 향해 머물 것이라는 믿음. 


그러나 그런 당연함이 때로는 

우리를 눈먼 감옥에 가두기도 한다. 

당연하게 여기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그 소중함을 느낄 수 없고, 

사랑과 평화조차 점점 더 멀리 사라져 간다.




나도 그렇게 사랑을 당연하게 여겼다. 사랑이란 처음부터 내 곁에 있고, 언제나 그렇게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란 그렇게 오래 머물지 않고, 바람처럼 떠나갈 수도 있는 것이었다. 내가 믿었던 사랑이 언젠가 나를 떠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밀려오고 나서야, 나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닫기 시작했다. 사랑은 그저 머무는 것이 아니라, 머무는 동안 매일 다시 선택해야 하는 소중한 마음이라는 것을. 그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오히려 나는 사랑의 작은 순간들 하나하나에 깊이 감사할 수 있었다.


평화도 그랬다. 내가 사는 이 땅이 나를 언제나 안전하게 지켜줄 거라 생각했다. 여기저기서 전쟁이 일어나는 요즘. 평화가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 지금의 안전이 얼마나 귀한 선물인지 알게 되었다. 세상 어딘가에서는 내가 누리는 이 평화가 꿈이자 기적이라는 것을 깨달은 뒤, 내 일상의 모든 순간이 소중해졌다. 평화롭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적인지 새삼 마음에 새기며, 나의 하루가 그 작은 기적들로 빛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법. 법은 언제나 정의의 편에 서 있어야 한다고, 약자를 보호하고 선한 이들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세상의 법은 때로는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때로는 내가 믿어 온 정의를 무너뜨리기도 했다. 법이 나를 지켜주리라는 당연한 믿음을 내려놓고 나서야, 나는 내 안의 작은 신념과 가치가 법보다 더 중요한 것임을 깨달았다. 법의 보호가 나를 다 지켜줄 수 없음을 알게 되자, 내 안에서 나를 지켜줄 신념이 얼마나 필요한지 느껴졌다. 세상의 법이 흔들려도 내가 스스로를 지켜야 할 진실이 무엇인지 되묻는 힘이 내 안에 생겼다.




이제 나는 내 일상에서 

아무것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기로 했다. 


내 곁에 머무는 모든 사람들, 

내 주변의 모든 기적 같은 순간들, 

그 작은 조각들이 얼마나 쉽게 

사라질 수 있는지를 알았기에. 

당연한 것을 잃는다는 불안에서 벗어나, 

모든 순간을 특별하게 바라보며 살아가기로 했다. 


당연함을 버린 순간, 

나는 비로소 진정한 행복에 다가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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