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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오모스 Oct 30. 2024

'나'라는 감옥.

세상에서 가장 깊고 뿌리 깊은 상처는 

내 안의 내가 나를 미워할 때 생긴다. 


남의 비난은 바람처럼 지나가지만, 

내 속에서 나를 향한 비난은 

돌처럼 무겁게 가라앉아 나를 짓누른다. 


내가 내게 등을 돌리고, 

내가 나를 외면할 때, 

그 순간 나는 

내 안에 스스로 지은 감옥에 갇힌다. 


내가 나를 날카롭게 노려보고, 

나 자신이 

내가 감춰야 할 대상처럼 여겨진다. 


타인이 아닌, 

내 손으로 지은 감옥 속에서 

세상 누구도 채울 수 없는 

고독이 찾아온다.




이 부정의 목소리는 아주 작은 속삭임으로 시작되었을지 모른다.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더 나아져야 해." 처음에는 나를 위한 다짐 같았던 이 목소리가, 어느 순간 “넌 왜 이렇게 부족해?” “넌 왜 항상 이 정도밖에 안 돼?”라는 비난으로 바뀌어 나를 조용히 파고든다. 내가 나를 매섭게 바라보는 것 같은 그 순간, 나도 나를 감추고 싶어 진다. 더 깊숙이 나 자신을 숨기고 싶어지는 이 감정은, 내가 나 스스로 만들어낸 감옥 속에 나를 가두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부정의 감정 속에서 나는 나를 점점 잃어간다. 웃음조차 어색하고, 말 한마디도 불편해진다. 자기혐오가 깊어질수록 내 안의 목소리는 더 날카로워진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내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고, 나조차 나에게 보여서는 안 되는 더러운 오물처럼 여겨진다. 내 안의 깊은 부정 속에서 나는 점점 더 작아져 가고, 마음 한구석에 나 자신을 감춰 두고 싶어 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고통의 한가운데서 나는 문득 깨닫는다. 나를 부정하는 이 목소리가 단순한 비난이 아닌, 어쩌면 나를 알아달라는 내면의 간절한 외침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지금껏 보지 못한 내 안의 상처들이 드디어 나를 돌아봐 주기를 바라는, 내 안의 작은 외로움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내면 깊숙이 나를 부정해 왔고, 이제는 그 상처들이 더 이상 외면당하지 않기 위해 나에게 손을 뻗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 안의 내가 나를 부정할 때, 

그 목소리를 조금 더 다정하게 들어보려고 한다. 


날카롭기만 했던 그 비난이 

어쩌면 내가 진정으로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기 위한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나를 변화시키기 위한 신호일 수도 있다. 

이젠, 그 목소리가 더 이상 낯설고 무섭지 않다. 


나는 이제 내 안의 상처와 

조금씩 화해하고, 

나 자신을 향해 

조금 더 다정한 눈길을 보내려 한다. 


내가 나를 억누르지 않고, 

지금의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천천히 사랑해 나가려 한다. 


그렇게 나를 부정하던 어둠 속에서 

나를 위한 작은 빛을 찾아가며, 

나는 비로소 

나와 함께 살아갈 힘을 얻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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