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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오모스 Oct 31. 2024

ep 1-2. 운이 좋아서 쓰는 글.


코로나19가 만든 커다란 파도는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자산의 지각변동 속에서 사람들은 

부가 늘어난 쪽과 줄어든 쪽으로 나뉘었다. 

그 경계는 두터워졌고, 

앞으로 그 차이는 더 커질 것이다. 


더는 부지런히 일하는 것만으로 

부를 쌓기 어려운 시대. 

부동산, 주식, 코인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부가 등장하며, 

젊은 부자들이 빠르게 세상에 나타났다. 

이들은 부를 쌓는 법뿐 아니라 

부를 키워 나가는 법을 알고 있었다.




운 좋게도 나 역시 이 거대한 변화에 몸을 싣게 되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미국 주식을 통해 1억 5천만 원 이상의 수익을 얻었다. 이 금액은 내가 상상하던 것 이상이었다. 꾸준히 불어나는 자산을 보며, 나는 새로운 희망과 꿈을 품기 시작했다.


이대로 계속 투자를 이어간다면, 언젠가 수익금액은 매년 3천만 원이 5천이 되고, 1억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렇게 시간이 흘러갈수록 나의 자산이 자라나고, 내 투자 지식이 쌓여 간다면, 내 인생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문득 생각했다. ‘만약 내가 더 이상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면, 난 무엇을 하고 싶을까? 가장 자유로운 마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자존심도 내려놓고, 거창한 계획도 다 지워 버리고, 하고 싶은 것을 찾아보니 내 안에서 자유에 대한 갈망이 일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나만의 삶을 살아 보고 싶었다. 누구와 만나든지, 만나지 않든지 그저 내 마음을 따라가도 되는 삶. 그 자유로움 속에 내 마음은 꿈틀거렸다.




백수가 되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먹고 자고 쉬는 일에 만족할 수 있을까? 예전 몇 달씩 쉬었던 시절이 떠올랐다. 놀고먹기만 하면 꼭 어느 순간 에너지가 차오르고, 그 에너지가 흘러넘칠 때마다 뭔가 해내고자 하는 열망이 내 안에서 솟구쳤다. 그때가 되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어쩌면 사찰에 들어가 마음 챙김을 하고 수행을 할 수도 있겠다. 마음이 흐르는 대로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평온 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일. 어느 순간 세상을 모두 잊고 오직 나와의 대화만이 흐르는 그 시간을. 하지만 또 내 안에 질문이 피어올랐다. ‘그렇게 마음챙김 수행을 하고 나면 그다음은? 수행을 위해서라면 삶을 멈춰야 하는데, 수행만 하며 살다 끝나야 하는 걸까?’


맞다. 사람의 능력을 키우는 일은 중요한 일이지만, 그것이 목적이 될 순 없다. 삶이란 무엇을 이루고 얻어내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삶, 내가 가지고 있는 오감으로 이 세상을 깊이 경험하고 느끼고, 나라는 존재가 살아 있음을 매 순간 확인해 보고 싶었다. 세상의 소리와 빛깔을 온전히 느끼는 것, 손끝으로 감촉을 느끼고, 생각으로 조화롭게 그 순간을 담아내는 일.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살아가는 모습일지 모른다.


그러다 또 다른 질문이 떠올랐다. ‘그렇게 삶을 온전히 느끼고 난 다음엔 뭐가 남을까?’ 순간 또 다른 의문이 따라왔다. 그렇게 살아가는 경험은 결국 흘러가고 말 텐데. 삶을 살았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삶이 사라지지 않도록.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일, 미술이든 음악이든 춤이든, 무언가가 필요했다. 내게는 그 무엇보다 글쓰기가 남아 있었다. 영감이 내게 다가올 때마다 문장을 통해 삶을 담아내고 싶었다.




삶이 나에게 주는 모든 감각과 느낌이 

문장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을 느껴 보고 싶다. 

삶의 고통과 슬픔, 기쁨과 좌절이 

모두 내 손끝에서 빛나게 될 때, 

그 모든 것이 의미 있는 순간으로 남을 것이다. 

글은 그런 힘이 있다. 


나의 인생을 깊이 들여다보고,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하게 해 준다. 

그렇게 쓰인 글은 단순히 이야기가 아닌, 

나라는 존재가 남기는 흔적이 될 것이다.


나의 인생의 끝에 글쓰기가 자리하고 있다. 

그 글은 다시 나를 비추며, 

내 삶을 찬란하게 빛내줄 것이다. 

나의 인생은 글쓰기와 함께 순환하며 계속될 것이다.


운이 좋아서 '만약에...'라는 상상을 할 수 있었고, 

그 '만약에...'의 끝에서 찾은 것이 '글쓰기'였다. 

운이 좋게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았고, 

그렇게 글쓰기를 향한 분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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