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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오모스 Nov 21. 2024

ep 1-5. 소중한 것을 지키는 글.

기분이 나쁠 때마다 하소연하는 나쁜 습관이 있다. 

특히 직장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날이면 

그 습관은 더 심해졌다.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이 터질 듯이 쌓였다가 

기다렸다는 듯 쏟아져 나왔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마음 깊이 박혔다.


“너는 왜, 네가 싫어하는 사람들 때문에 네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해?”




그 순간 머리가 띵해졌다. 두 가지 감정이 복잡하게 올라왔다. 퇴근 후의 시간은 분명 나의 소중한 여유 시간인데도, 나는 여전히 회사 문제를 내려놓지 못하고 있었다. 몸은 밖에 있지만 마음은 여전히 회사에 묶여 있는 것 같았다. 그뿐만 아니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기분 나쁜 하소연으로 채우고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좋고 기분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기에도 부족한 시간인데, 부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다니.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을 정도로 부끄럽고, 친구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날 이후로 작은 결심을 했다. 불편한 감정을 가슴속에 묻어두는 것은 오히려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었다.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으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렇게 찾아낸 해결책이 바로 글쓰기였다. 하소연하고 싶은 감정을 말 대신 글로 적어보았다. 감정을 글로 쏟아내는 동안,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불편한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글로 옮겨지며, 마치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 듯한 해방감을 느꼈다. 그렇게 적어둔 글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한 감정의 기록을 넘어 새로운 의미를 가진 글감으로 다시 태어났다. 글쓰기는 단순히 감정을 해소하는 것을 넘어 더 깊은 변화를 만들어내는 몇 가지 힘이 있었다.




첫째, 감정을 안전하게 흘려보낼 수 있었다.
글쓰기는 내 마음속에 억눌린 감정들을 조용히 흘려보낼 수 있는 창이 되어 주었다. 종이나 화면 위에 감정을 쏟아내는 동안, 내 안에 뒤엉켜 있던 감정들이 조금씩 실타래처럼 풀려갔다. 글을 쓰는 그 순간, 마음은 조금 더 차분해지고 생각은 맑아졌다. 불편했던 감정은 한 문장씩 적어 내려가며 어느새 글 위에서 힘을 잃고, 내 마음속 무게는 가벼워졌다. 글쓰기는 나 자신을 다독이는 조용한 대화이자, 내 감정을 안전하게 풀어내는 작은 쉼표와 같았다.


둘째, 자책에서 자유로워졌다.
하소연을 하고 나면 항상 밀려오는 감정이 있었다. "왜 괜히 이런 이야기를 했을까?"라는 자책감이었다. 하지만 글쓰기는 이런 불필요한 감정을 차단해 주었다. 감정을 글로 풀어내는 동안, 그것은 더 이상 누군가에게 쏟아내는 무거운 짐이 아니라 스스로를 이해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되었다. 글이 주는 고요한 위로 속에서, 자책감은 서서히 사라지고 감정은 조금 더 건강하게 다스려졌다.


셋째,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밝아졌다.
부정적인 이야기를 덜어내니 소중한 사람들과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더 긍정적인 이야기로 채워졌다. 함께 웃고, 서로의 기쁨을 나누는 시간이 늘어갔다. 걱정과 불만으로 얼룩졌던 순간들이 점차 희미해지고, 따뜻한 말과 미소가 그 자리를 채웠다. 사랑하는 이들의 웃음소리는 내 마음을 더 환하게 비춰주었고,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무엇보다도 소중한 선물이 되었다.


넷째, 글은 시간이 지나 소중한 기록이 되었다.
그날의 감정을 담아낸 글들은 시간이 흘러 다시 읽었을 때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당시에는 몰랐던 깨달음, 혹은 지나쳤던 작은 교훈들이 글 속에서 조용히 고개를 내밀었다. 글로 남은 흔적들은 단순한 감정의 배설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이해하게 하는 창이 되었고, 나를 돌아보는 귀중한 기록으로 자리 잡았다. 한 문장, 한 단락 속에서 내 삶이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다섯째, 남겨진 글은 소중한 글감이 되었다.

특히, 글을 쓰면서 살아가고 싶은 나에게 그 당시의 생생한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유일한 증거였다. 그 당시의 숨결과 떨림을 고스란히 품은 글은, 시간이 지나도 그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순간의 감정과 생각을 가장 진솔하게 표현한 글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앞으로의 나의 글이 더욱 깊어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 이상의 힘을 가진다. 그것은 감정을 정리하고, 스스로를 치유하며,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지키는 실천이 된다. 불편한 감정이 올라올 때, 그 감정을 말로 쏟아내기 전에 글로 적어보는 작은 습관은 일상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온다.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마음으로 쓰는 글은, 

감정을 정리하고 나를 다독이며,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이 밝아졌고, 

그 시간이 나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글은 나와 소중한 사람들을 잇는 다리가 되고, 

그 다리를 통해 더 많은 사랑과 웃음을 나누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이 시간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글을 쓴다.




Tip. 일상의 기록은 어떠한 형태로 쓰든 상관없지만, 긍정적 효과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글쓰기라면 몇 가지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1. 속상했던 순간이나 떠오르는 감정을 5분 동안 빠르게 적어본다
2. 글로 표현할 때 최대한 솔직해진다. 그 감정을 숨기거나 꾸미지 않고 날것 그대로 적는다.
3. 글로 옮긴 뒤에는 3일 뒤 한 발짝 떨어져 자신이 쓴 글을 객관적으로 읽어본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불필요한 감정의 소모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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