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에게 학교는
단순한 배움의 공간일 뿐이다.
책과 연필, 교실과 시험이 나열된 무대.
또 다른 누군가에게 학교는
친구들과의 우정과 웃음이 가득한 놀이터다.
"난 학교 가고 싶어."라고 말했던 친구가 떠오른다.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이
그에겐 하루의 가장 큰 기쁨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는 늘 등교를 서두르고,
누구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했다.
친구와 함께하는 순간이
그에게는 살아가는 이유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게 학교는 조금 달랐다. 알아듣기 어려운 영어와 수학의 단어들이 끝없이 쏟아지던 고등학교 시절, 나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로 떠돌았다. 학기 초에 친구들과 겪었던 갈등은 내 자리를 애매하게 만들었고, 그 뒤로도 나는 중심에서 멀어져 있었다. 학교라는 공간은 나와 나 자신 사이에 거리를 두는 벽 같았다. 내가 소속되지 못한 시간들은 더디게 흘러가고, 책 속의 낱말들은 벽이 되어 나를 더욱 고립시켰다. 지금 내게 ‘학교’는 여전히 차가운 공기와 무거운 침묵이 가득한 장소로 남아 있다.
‘학교’라는 단어는 각자의 가슴속에 저마다 다른 색을 품고 있다. 누군가에게 학교는 배움의 장소를 넘어 꿈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는 무대가 되기도 한다. 책 속의 글자들 너머로 자신이 누구인지 발견하며, 그 속에서 자아를 찾아간다. 교실은 세상을 배우고 스스로를 발견하는 문턱이 된다. 때로는 규칙과 자유가 충돌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나를 지키고 스스로의 가치를 찾는 법을 배우는 시간들이 켜켜이 쌓여 간다.
또 누군가에게 학교는 고통의 장소일 수 있다. 따돌림과 무시의 기억, 폭력과 억눌린 슬픔이 그 공기를 차갑게 물들일 때, 그곳은 희망이 아닌 상처와 고통이 머무는 자리로 남는다. 그에게 학교는 자유를 꿈꾸는 곳이 아니라, 억압과 두려움이 가득한 상처가 자리한 곳이다.
우리는 모두 학교라는 같은 이름을 말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저마다 다르다.
내겐 외로움으로 기억될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웃음과 우정으로 남아 있을 그곳.
오늘 나는 내게
학교란 어떤 의미였는지 가만히 돌아본다.
그리고 소중한 이들에게
그들이 기억하는 학교가 어떤 곳이었는지 물어보고 싶다.
"나는 이런데, 너에게 학교란 어떤 거야?"
같은 단어 속에 담긴
서로 다른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학교라는 이름의 세계는 조금 더 넓고 깊어진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그 속에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을 품고,
다시 자신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