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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민 Aug 03. 2020

군생활을 되돌아보며

나에게 "고생했다"라고 말하고 싶은 순간

다음은 내가 말출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2주 동안 훈련을 다 마치고 자대에서 마지막으로 쓴 글이다.


<마지막 훈련 중..>

2018년 09월 20일 우리는 후반기 대대전술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했다. 60사단 쌍용부대가 우리 막사에서 동원 훈련을 하는 중이라서 우리는 아직 막사로 들어가진 못했다. 말출이 대략 1주일 남고 군생활이 25일 정도 남은 말년인 시점에 훈련을 뛰니 기분이 상당히 안 좋다. 이번에는 K-10 선탑을 해서 좀 편할 줄 알았더니 오히려 집 나오니 더 개고생이다. K-10 호를 다 쓸고 포반 인원들을 도와주다 보니 이등병 때 시절이 생각이 났다. 아.. 그때 느낌이 조금씩 스멀스멀 올라온다. 말년에 이등병 때 착잡함을 느끼고 훈련을 마무리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쁘지 않은 군생활이었다. 결코 짧지는 않았던 군생활이었지만 내가 이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또한, 군생활을 통해 회복한 자신감과 자부심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진정한 남자가 돼서 집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믿기지 않는 순간>

전역 당일 날이 되었다. 내게는 전역증, 여단장의 편지, 1포대 인원들과 찍은 사진, 포대원들의 롤링페이퍼가 전부였다. 일요일에 전역을 하다 보니 작별 인사하는 사람들도 없어서 매우 쓸쓸했다. 그렇게 위병소 밖을 나가려 하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문을 나가면 내가 21개월 동안 몸담은 곳과 영영 안녕이네?' 이때까지는 마음속 공허함만 남을 뿐 아무렇지 않았다. 내가 전역한 것인지 모르겠을 정도로 얼떨떨함을 느끼며 나는 신교대 수료 이후 처음으로 훈련소 동기와 만났다. 문산 역에서 출발해 신촌 역에서 내려서 우리는 대낮부터 소주 한 잔 할 곳을 찾았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군생활에 대해 묻기도 하고, 신교대 시절의 추억들을 안주 삼아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훈련소 동기는 본가가 울산이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서울에 머물 수 없었다. 적당히 한 잔 하고 나서 나는 동기를 택시 태워 서울역으로 보냈고 집으로 향했다. 그때 나는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아무렇지 않다가 갑자기 혼자 집으로 가는 길에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 2호선에는 사람들이 꽉 차있었는데 나는 홀로 음악을 들으면서 집 현관문에 도착할 때까지 울면서 걸어왔다. 아마 군생활하는 동안 느낀 모든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복잡 미묘한 감정이 흘렀기 때문인 것 같다. 아마 나에게 고생했다는 의미에서 눈물을 흘린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군생활 동안 느낀 점을 SNS에 적기 시작했다. 이때 적지 않으면 나중에 내가 이 순간을 기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록하였다. 다음은 내가 집에 도착하고 나서 나 자신에게 쓴 글이다.


전역! (징글징글하네~) 17 하나 발 떴다!

그동안 저와 함께 군생활을 같이해준 일격필살 초탄 명중! 최전방 포병 K-9 722 1포대 전우들에게 감사합니다~ 포병으로서 같이 수행한 임무, 훈련들 잊지 못할 겁니다. 단체 생활을 하다 보니 많이 싸우고 그만큼 미운 정도 들어 아쉬움도 배가 됐습니다. 작별은 아쉽지만 마음속에는 항상 그대들이 있을 테니~ 응원합니다! 말도 안 되지만 그리울 때 면회 갈 테니 준비하고 있으시길!


ps. 후임 같은 내 동기들아~ 한창 할 때다 열심히 해라^^ 너희들 때문에 맘 편히 발 뻗고 잔다~

FDC•통신 후임들아~ 얼마 안 남았다 파이팅!! 힘들 때면 우리의 좋았던 추억들을 떠올리길! 그리고 전역모 잘 쓸게!


<군생활을 되돌아보며>

군생활하는 내내 선임, 동기(?), 후임 복이 많아서 힘들 때마다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모두 저의 인복이라 생각하고 감사하며 인연을 놓치지 않겠습니다. 허송세월이라면 허송세월이며 뜻깊은 시간이라면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군생활을 대하는 저의 태도가 부정적이냐 긍정적이냐에 따라 저의 시간은 달라졌습니다. 저는 대부분 후자에 따랐고 군 복무를 기본적으로 여태까지 누군가는 했고 앞으로도 누군가는 해야 하는 신성한 의무라 생각했습니다. 고로 군생활하는 동안 오로지 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21개월이 헛되지 않았습니다. 배려, 절제, 겸손, 협동심, 전우애 등 평소 글로는 이해했지만 마음으로는 느낄 수 없던 표현들을 몸소 느낄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저 자신을 대하는 태도를 마음으로 배우는 길이었습니다. 또한 새로운 사람들과 적응하고, 난생 처음 본 주특기를 숙달하고, 읽지 않던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매번이 새로운 시작이었고 도전이었습니다. 군 생활하며 경험한 값진 모든 순간들을 사회에서도 쓰일 수 있는 좋은 양분이라 생각하겠습니다. 앞으로가 진짜 시작이고 흐트러질 때가 있겠지만 그럴수록 힘들었던 시간을 생각하고 지난 제 청춘을 돌아보며 나가겠습니다.

지금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기를.


ps. 내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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