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는 순간
다음은 내가 상병 5호봉 때 처음 받은 맞후임이 전역했을 때 쓴 글이다. 내가 말출 나오기 전에 마지막 훈련을 하게 돼서 심기가 매우 불편한 적이 있었는데 훈련 당시에 내 맞후임이 임무를 잘 수행하지 못해서 한 번 크게 혼을 낸 적이 있었다. 근데 그게 전역한 지 1년이 다돼가는데도 마음에 너무 걸렸다. 마음에 계속 쌓여 있었는데 비로소 이 친구가 전역할 때 서로의 진정한 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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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도 이제 지나간 모양이다. 가을 냄새가 물씬 나고 환절기가 다가오면서 생긴 높은 일교차 때문에 감기에 걸린 것 같다. 항상 이때쯤이면 걸려오던 감기가 익숙하듯이 나는 하루를 시작했다. 달이 바뀔 때 혹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는 작년 이 맘 때쯤 무엇을 했는지 자연스레 되돌아본다. ‘아, 그땐 그랬지’라며 마음속으로 시간이 참 빠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체감하고 추억들을 회상하면서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작년 이 맘 때쯤 나는 군을 제대했다. 그 당시에 내게는 늦깎이에 받은 후임이 있었는데 그 후임이 오늘 전역을 한 것이다. 내가 없어도 잘하고 있는지 힘든 것은 없는지 궁금했지만 난 이미 떠난 사람이기 때문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마인드로 연락을 하지 않다가 후임이 전역한 오늘이 돼서야 1년 만에 처음 연락을 하게 됐다. 오랜만에 하는 연락이었지만 마침 후임도 내 연락을 반갑게 받아줬다. 후임도 전역을 하면 내게 꼭 전해주고 싶었던 말이 있었는지 1년 동안 하지 못했던 말을 이제야 내게 털어놓았다. 서로 타이밍이 어긋나 그때 할 수 있었던 말을 지금에서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 간에 관계란 그 당시 말 한마디에 달라질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낀 하루다. 옛말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진솔한 한 마디가 상대방에게 전해진다면 그걸로 됐다. 나중에 소주 한 잔 하며 함께했던 시간들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그걸로 됐다. 이제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성공을 위해 인내하는 일만 남은 것 같다. 21개월 동안 고생한 후임에게 감사하고 고생했다고 다시 한번 격려해주고 싶고 오늘 내가 했던 다짐 이대로 계속 가져갈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