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이와 통하는 엄마의 비밀은 '독서'

by 맑은눈빛연어

아이를 키우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책 많이 읽어주세요”였다.


직장 다니던 시절, 나의 별명은 책벌레였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 나서 한동안은 나를 위해서가 아닌 아이를 위해

열심히 책을 읽어줬다.


잠투정하는 아이를 무릎에 앉힌 후 꼭 안고,

이유식으로 끼니를 때우며,

빨래를 널다가도 바닥에 펼쳐놓은 책을 아이가 만지작 거리면

얼른 달려가 손으로 책장을 넘기며,

하루에도 몇 권씩 그림책을 소리 내어 읽어주었다.


그 시절의 나는,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

엄마 목소리로 만들어진 오디오북이었다.

다양한 목소리로 연기하며 책을 읽어줄 때마다

아이의 눈은 반짝였고, 나는 목이 쉬도록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던 아이가 자라 스스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 속에서 새로운 단어를 익히고, 작가의 시선을 따라 세상을 바라보며,

조금씩 ‘생각’이라는 자기만의 세계를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낯선 질문이 날아들었다.


“엄마, 블랙홀의 반대 개념이 화이트홀이라는 말, 들어봤어?”

“왜 사람들은 항상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엄마는 이 시가 왜 좋다고 생각해?”


질문은 많아졌고,

나는 그 질문을 이해하고 설명해 주고 싶어 다시 나를 위한

책 읽기를 시작했다.

책은 어느새 아이와 나를 잇는 다리였고,

그 다리는 점점 더 깊어지고, 튼튼해졌다.


사춘기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대화가 가장 어렵고 조심스러운 시기다.


쉽게 감정이 상하고, 논리보단 마음이 먼저 움직이며,

때로는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걸 말하는 시기.

이 시기에 부모가 아이와 나눌 수 있는 가장 깊은 대화는,

책을 사이에 둔 대화다.


심리학자 셸라 머피는 하버드 교육연구 저널에서

“책을 매개로 한 부모-자녀 간의 대화는

추상적 사고와 비판적 사고 능력을 크게 향상 시킨다”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니라, 아이의 생각을 존중받는 경험,

자신의 언어로 설명하고 반박하며 성장하는 경험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 시작이 ‘엄마의 독서’라는 점이다.


우리는 종종 아이에게만 독서를 요구한다.


독후감을 쓰라고, 책 좀 읽으라고, 스마트폰 좀 내려놓으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이가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은,

부모의 말보다 부모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Children’s Responses to Literature』의 저자 로렌스 사멜슨은 이렇게 말한다.

“어른의 독서 경험은 아이의 문학적 이해를 심화시키고, 대화의 지평을 확장시킨다.”

즉, 엄마가 읽는 책의 두께만큼, 아이와의 대화는 더 깊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책을 읽는 엄마는,

아이에게 가르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기 위해 책을 펼친다.


이해되지 않는 구절 앞에서 고개를 갸웃하고, 함께 사전을 찾아보며,

문득 떠오른 생각을 일기장에 옮기듯 나누는 그 순간에,

아이는 느낀다.


“엄마도 나처럼 모르는 게 있구나.”

“엄마는 책을 좋아해서 읽는구나.”

“나도 언젠가 엄마처럼 되고 싶다.”


지금의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AI, 빅데이터, 메타버스, 기후위기, 인터넷 리터러시…

아이들이 살아갈 세계는 우리가 자라온 시대와 다르고,

그만큼 소통의 방식도 바뀌고 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책이다.


책은 시대를 뛰어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게 한다.


그리고 그 시작점에 책을 읽는 엄마가 있다.


사춘기 아이는 말이 줄고, 방 안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러나 아이의 방 문을 조심스레 두드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는,

그 아이가 관심 갖는 한 권의 책일지도 모른다.


“너 이 책 읽어봤니?”

“엄마는 이 부분이 참 좋았어.”


그 한마디에서부터,

문을 닫았던 아이의 마음이 조금씩 열린다.


책을 읽는 엄마는 아이의 ‘성장’을 돕는 사람이 아니라,

같이 ‘성장해 나가는 사람’이다.


그것이 바로, 책이 열어주는 엄마와 아이의 또 다른 세계다.


� 함께 읽어보면 좋은 책

로렌스 R. 사멜슨, 『Children’s Responses to Literature』

김경일, 『지혜의 심리학』

박혜란,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손경이, 『사춘기 사용설명서』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