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멀쩡하게 살아낸 나에게 박수

실행은 망했어도, 나는 오늘도 멀쩡하게 살아냈다

by 도키코치

계획은 늘 완벽했다. 실행만 빼고


아침에 일어나 다이어리를 펼쳤다.

오늘 할 일 목록이 빛났다.


오전엔 SNS 글을 올리고,

점심 전까지 원고 초안을 끝내고,

오후엔 독서 두 챕터.


딱 보기만 해도 부지런하고 멋진 하루다.


하지만

현실은 늘 계획을 살짝 비켜간다.


SNS는 첫 문장을 쓰다 지웠다.

릴스를 찍으려다 카메라 앞에서 굳어버렸다.

결국 '내일 찍자' 스스로와 합의했다.


원고는 초안만 다섯 번 고쳤다.

수정할수록 점점 산으로 갔다.


독서라도 해보자며 책을 폈다.

같은 페이지를 다섯 번 넘겼다.

내용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멍하게 책장을 넘기다가 혼자 웃었다.

'나, 독서코칭 전문가인데.'




어설퍼도, 버텨냈다


점심은 라면이었다.

아침에 세운 건강식 다짐은 라면 스프 향기와 함께 사라졌다.


오후엔 커피를 두 잔 마셨고,

그중 한 잔은 언제 마셨는지도 모르게

잔이 비어있었다.


계획은 죄다 어긋났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짧은 SNS 글이라도 올렸고,

어설픈 초안이라도 저장했고,

한 장이라도 책장을 넘겼다.


대단하지 않지만,

오늘도 하루를 끝까지 살아냈다.


하루를 돌아보니 웃긴다.

어설픈 걸 알면서도 멀쩡히 버틴 내가

은근히 대견하다.


완벽하지 않은 하루가 나를 키운다


가끔은 잘 살아내는 게

'계획을 다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삐끗해도 다시 일어나는 것'일 때가 있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이상적인 하루는 아니었지만,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엉성하게 흘러가도,

멍하니 시간을 날려도,

결국 나는 다시 다이어리를 펼쳤다.


삶을 다시 세우는 건,

완벽한 하루가 아니라

흔들리는 순간에도 계속 나를 믿어주는 마음이다.


오늘도 멀쩡하게 살아낸 나에게,

진심으로 소심한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