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아닌, 나에게 먼저
아침.
창틈으로 스며드는 빛이
내 눈꺼풀을 스치며 지나간다.
눈을 뜨는 순간,
나는 이미 세상으로 손을 뻗는다.
알람을 끄고,
메시지를 확인하고,
오늘의 할 일들을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는다.
머리는 분주하게 움직이는데
가슴 한쪽은 아직 깨어나지 않은 듯 묵직하다.
세상은 늘 빠르게 나를 호출한다.
할 일, 책임, 역할.
눈을 뜨는 그 순간부터 나는
무언가를 해내야만 하는 사람으로 깨어난다.
그러다 문득,
잠시 멈추고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거울 앞에 선다.
무심히 치워둔 머리카락 너머로
거울 속 내가 나를 바라본다.
익숙한 얼굴인데
왠지 모르게 낯설다.
눈가의 미묘한 표정,
굳은 어깨,
가벼운 숨소리조차
모두 나인데,
잠깐은 나 같지 않다.
이름을 불러주고 싶어진다.
“안녕, 오늘의 나.”
평소였다면
습관처럼 잔소리부터 꺼냈을 거다.
“왜 어제 더 못했어?”
“오늘은 실수하지 말자.”
“제발 이번엔 잘해봐.”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오늘은 그저
내게 작은 숨결 하나를 건넨다.
말도, 미소도, 표정도 없이
그저 나를 한 번 바라본다.
나를 바라보는 이 짧은 순간이
생각보다 깊고 묵직하다.
그 순간,
마음 어디선가
숨죽였던 무언가가 살며시 움직인다.
애써 꾹꾹 눌러놨던 감정들이
살짝 몸을 일으키는 것 같다.
힘주지 않고,
애쓰지 않고,
나를 바라보는 그 찰나에
조용히 피어오르는 따뜻함.
그게 다다.
그거면 충분하다.
다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누구의 눈에 비치지 않아도 괜찮다.
내게만 건네는 이 작은 인사가
오늘을 살게 한다.
아주 작은 것,
아주 소소한 것,
그것 하나면 충분하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든다.
다시 하루를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이번엔 조금 더 부드럽고,
조금 더 느긋한 마음으로.
[나에게 건네는 말걸음]
오늘 나를 바라보는 작은 눈인사가
하루의 공기를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들어줍니다.
오늘 나는 나에게 어떤 인사를 건네볼까요?
그 인사가 내 마음을 어디까지 풀어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