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조치라는 전시행정에 열광하는 페미니즘

by 원시의 사유


건강에 좋지않은 새벽페질이다.


오늘 오전엔 피검사가 있다. 3차항암투쟁의 몸상태를 확인하는 진료일정에도 불구하고 밤1시 넘어 취침하고 새벽4시반에 깨어 형광등을 켜버린 것을 석고대죄 반성하면서도 최소한 입을 여는 까닭이 있다.


법원에 변론기일연기신청을 다시 했다.

지난 1월초에 이어 두 번째다.

3월엔 4차항암일정까지 포함 병원진료일이 10여일을 넘는다.

피검사,P-cet, 심장초음파, 혈액내과, 소화기내과, 순환기내과, 신장내과를 넘나드는 협진으로 일정들이 촘촘히 박힌다.

궁색하다고 말할지 모르나 서울행을 거부한 채, 주거지에서 치료받는 지역균형발전 암투병이니 그나마 다행이라 위로해본다.

법원은 다행스레 3개월여 뒤로 변론기일을 연기해주었다.

하긴 그들도 너무 많은 사건과 서류에 휩싸여 있으니까.


3.8 세게 여성의 날. 115주년을 맞는 맘이 착잡하다.

선배들의 투쟁을 되새기며 인류운동사의 큰 전환을 전망하는 반가운 기쁨의 날이었으나,

2019년 장휘국교육감의 스쿨미투행정폭력 이후 착잡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성평등교육의 부실함을 성찰하는 교육청이 아닌

성평등교육의 실천자를 성비위교사로 수사의뢰하고 그 어떤 조사확인도 없이 직위해제시키고, 행정방어를 위해 징계의 칼을 휘둘렀던 광주시교육청.

교실은 교사권력이 지배하는 곳이니 교사는 가해자이고, 학생신고자의 말은 무조건 진실이라며 자신의 회원이기도 했던 동지를 엄벌하고 퇴출하라고 전국적 연대의 힘을 왕창 발휘했던

광주여성민우회, 광주전남여성연합, 전교조여성위원회의 앙상함과 그 단순한 맹목들은 고스란히 현재 여성운동과 페미니즘의 짐이 되었다.


새벽 화장실을 찾다 잠이 깨어 '아닌데'하면서도 눌러버린 페북은

나를 성범죄자로 규정하는 동영상자료를 전국교사동지들에게 제작 배포하고 전교조중집에서 나의 사건에 대한 조직의 개입을 한사코 만류하고 방어했던 당시 전교조여성위원장이

민주노총 성평등모범조합원상을 수상한 소감글을 보게 해주었다. 만감이 교차한다.

나는 어쩌지 못하고 댓글을 달았다.

"훌륭하시네요. 양**동지. 배이상헌을 죽이고 밟은 그 공로가 찬란히 빛나고 있군요."


그리고 하필 착잡한 마음 상태에서 다음 발견한 게시글은

강원유천초 투쟁의 동지가 재판 중에 자신에 대한 강원교육청의 여러 징계 사유 중에 '학폭법 위반'이 있음을 발견하며 황당해하는 고백글이었다.

최근 정순신 인사에 대한 윤석열의 방어책으로 학폭절차 개정 이야기가 언론을 도배질하고 있고, 그 핵심은 가해자 피해자의 즉각적 분리조치이다.

이미 교육은 사라진 채 검사공화국의 형사논리만으로 학폭을 해결할 수 있다고 난리굿을 피우고 있는데,

묘하게도 이러한 접근방식은 전교조여성위원회가 배이상헌을 성범죄자로 정죄할 때 가장 중요한 이유가 '분리조치 거부'였다는 것과 맥락이 닿는다.


성폭력 성범죄 사회에서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던 여성의 처지에서 볼 때 대한민국 정부가 '분리조치'를 수용한 것은 단군조선이래 여성사의 최대의 쾌거인데도

전교조의 중심 활동가인 배이상헌이가 이를 거부했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폭거라고 그들은 규정하였다.

나는 수차 언급했지만 '분리조치' 그 자체를 거부한 적이 없다.

다만 학교행정이 민원신고에 대한 최소한의 확인조치 없이 '신고=사실확인 완료'로 결정하는 위험함에 대해 항의한 것이다.


전교조여성위원회와 광주전남여성연합은 이 부분과 관련하여 참으로 단순하고 맹목적인 행태를 일관하였다.

담임박탈, 교과수업교사 교체 등 학교교육과정의 핵심적 틀의 변화를 주는 교사의 분리조치라면 '최소한의 확인조치'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었다.

그리고 나에 대한 신고내용은 모든 학생이 참여한 수업내용에 대한 것이기에 사실확인이 가능한 범주였다.


사실확인이 가능하고 학교교육과정과 학생교육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그 어떤 조치도 없이 무조건 분리조치를 선집행해야 한다는 것을 여성계는 자기가 방어해야 할 정치적 성취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정치적 성취를 방어하기 위하여 그들도 익히 상상할 수 있는 교육행정의 무책임 편의주의 행정의 가능성에 대해 눈을 감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사건의 실제를 바라보는 것을 철저히 거부해버린 일관성과 일사분란함이 성평등모범조합원상의 수상이유라고 이해해야 할까?

분리조치를 그 어떤 맥락도 무시한 채 맹목적으로 인권이고 교육이라며 주장하는 것이 대한민국 보수와 진보의 합의인 것처럼 보인다.


사법적 보호를 받지못했던 어두운 역사로부터 일말의 탈출이 귀하고 소중한 것임은 사실이나

그것때문에 학폭의 해결이나 성평등수업의 오해와 갈등을 모두 사법주의로 해결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인 것처럼 주장하면서 교사의 교육적 책무를 원천봉쇄하고(그저 증거서류보관자일 뿐), 범죄가 아닌 불만과 그 어떤 오해에 대한 소통을 또한 원천봉쇄하는 해결책이 과연 한국사회운동의 탁월한 성취이고 전망인가?


문득 불쾌한 기억이 머리를 친다.

나의 사건 이후 효천중학교는 교권보호위원회나 성고충심위원회가 교권침해가능성을 인정하고 성희롱아님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교육청의 요청으로 나의 사건에 대한 학폭위를 열었다.

나를 수사의뢰하고 직위해제까지 했으니 광주시교육청은 나를 학생에 대한 성폭력 가해자로 규정하기 위하여 학폭위에서 내 사건을 처리했다는 근거를 남기라고 학교에다 요구한 것이다.

결국 학교는 어쩌지 못하고 신고미상의 학생피해자들도 참석하지 않은, 또 가해자에게 출석통보도 보내지 않은 채로,

결국 가.피해자는 불출석상태에서 학폭위원들만 참석하여

시교육청이 보낸 서류를 근거로 '그랬다카드라.' 하면서 나를 학폭가해자로 결정하는 문서를 완성하고 말았다.


벗들은 과연 이런 회의 상상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사실 나는 지금까지도 효천중으로부터 그 어떤 공식 통보를 받은 바가 없는 상태이다.

진보교육과 행정, 여성운동의 일사분란한 공조로 배이상헌은 성범죄자가 되었다.

검찰이 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사법부는 참 신기하다.

검찰의 불기소이유를 부정하는 그 어떤 논거도 없이

교육청이 맹목 사실로 인정한 최초 징계이유를 그대로 수용하여

징계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1심재판부(채승원, 유현주, 신호승)는 판결을 끝냈다.


정순신 이후 학폭을 가지고 농락하는 대통령과 그에 끌려다니는 교육운동과 인권운동이 참으로 한심하다.

분리조치라는 단어에 홍위병처럼 취하여 사건과 행정을 들추지않는 여성운동과 페미니즘이 참으로 맘을 무겁게 한다.

악의 평범성,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경고를 도무지 이해도 못하고 수용하지 않는 한국사회 진보운동에 대해 나는 마음이 참으로 무겁기만 하다. 제발 눈을 떠라. 귀를 열어라.

(202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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