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오늘도 성취하는 나에게

by 참외

아이의 여름방학, 논문 두 편의 메이저 리비전, 공동 프로젝트 세 개, 책 챕터 작업, 그리고 대학원생 멘토링까지. 정말 숨 쉴 틈 없이 바쁜 날들이었다.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성취하고 있는 걸까?’


곰곰이 돌아보니, 어디 내놓을 수 있는 가장 최근의 성과는 작년 12월에 출판된 논문 한 편뿐이었다.
앞으로 발표될 논문이나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있지만, 지금 이 순간 적어낼 수 있는 성과가 없다는 사실이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오늘 아침도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가볍게 몸을 풀고, 커피를 내리고, 빨래를 돌리고, 창문을 활짝 열었다.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공기에서 좋은 냄새가 났다. 아이는 아직 단잠에 빠져 있고, 나는 조용히 책상 앞에 앉아 브런치를 쓰고 있다.


이런 일상 속 작은 순간들—몸을 움직이고, 공간을 돌보고, 마음을 가다듬는—이야말로
어디에도 적히지 않는, 그러나 분명 존재하는 성취들이다.


‘그래, 그래서 브런치가 있는 거구나!!’


이런 성취를 자랑하고, 나만의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 말이다. 괜히 웃음이 났다.


하지만 프로젝트 보고서에 적히는 건 여전히 논문 출판 이력이나 연구 수행 실적뿐이다.
하루하루 정말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그 증거로는 '보이는 성과'만이 인정받는다.
그래서일까, 때로는 ‘내가 이렇게 바쁘게 사는 이유’가 바로 그런 성취를 위해서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지루하리만큼 단단한 오늘들이 모여야, 누구나 알아보는 성과도 따라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조급해하지 말자.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성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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