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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찬집 Dec 11. 2017

졸혼(卒婚)

졸혼(卒婚)

마하트마 간디는 서른일곱 살에 아내에게 解婚을 제안했다. 아내는 고민 끝에 동의했다. 해혼한 뒤 간디는 고행의 길을 떠났다. 결혼이 부부의 연을 맺어주는 것이라면 해 혼은 결혼관계를 풀어 주는 것이다. 부부가 불화로 갈라서는 것과는 다르다. 하나의 과정을 마무리하고 자유로워진다는 의미이다. 

인도엔 오래전부터 해 혼 문화가 있었다고 한다. 부부가 자식을 키우며 열심히 살다가 자녀가 결혼하면 각자가 원하는 대로 사는 방식이다. 

몇 년 전 은퇴한 언론인은 경상도 고향으로 돌아간 뒤 아내에게 해 혼을 하자고 제안 했다.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간섭하지 말자 했다. 아내는 남편이 멋대로 살겠다고 선언하는 줄 알고 펄쩍뛰었다. 남편의 생각은 달랐다. 자기는 시골 생활에 익숙하지만 도시출신 아내는 힘들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남편에 신경 쓰지 말고 친구만나고 여행도 다니라는 배려였다. 

그는 “늙어  이혼하지 않으려면 해 혼”하라고 권했다. 일본에는 졸 혼이 늘고 있다고 한다. 2004년 책 “졸혼 권함”을 쓴 스기야마 유미코는 졸 혼을 이렇게 정의했다. ‘기존결혼형태를 졸업하고 자기에게 맞는 새 라이프스타일로 바꾸는 것’ 스기야먀 부부는 걸어서 25분 떨어진  아파트에 따로 살면서 한 달에 두 번 만나 식사를 한다. 

원래는 전형적인 모법 부부였지만 아이들이 다 자라자 달라졌다. 시간 맞춰 같이 밥을 먹고 가족여행 다니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결혼 틀은 유지하되 각자 따로 자유롭게 살기로 했다. 일본 영화감독 기티노 다케시는 “남의 안보면 갖다버리고 싶은 게 가족”이라고 했다. 부부나 가족은 너무 가깝기에 서로에게 거는 기대도 너무 크게 마련이다. 그래서 도리어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당신 없인 못 산다’는  말처럼 상대를 붙들어 매는 얘기도 없다. 

우리나라는 황혼 이혼27%, 신혼 이혼25% 앞지른 게 벌써 10년 전이다. 60대 이상 남녀 절반이 “남은 인생은 나를 위해 살겠다. 고 한 여론 조사를 보았다. 결혼식 때 주례사에서는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사랑하며 살라”지만 평균기대 수명 60세 시대와 100세 시대 결혼은 같을 수 없다. 

생을 접는 순간까지 기존방식 결혼에 매이고 싶어않은 사람이 늘 수뿐이 없다. 해 혼, 졸 혼, 해마다 갱신하는 장기 계약결혼처럼 갈수록 ‘만년(晩年)결혼’이 생겨 날 것이다. 결혼이 의무를 다한 뒤 각자 살며 서로를 친구처럼 지켜보는 것도 ‘백년해로(百年偕老)’라고 부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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