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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비 Oct 09. 2021

깍두기 is 뭔들

아마추어 수영 대회

수영을 시작한 후 매일 아침이 기대되고 즐거웠다. 강습이 끝나도 혼자 남아 추가 연습까지 마치고 출근하는 생활을 속했다. 여느 날과 같이 홀로 복습 수영을 하 어느 날  아저씨가 다가와 대뜸 힘을 빼라고 말했다.


지라퍼의 등장. 그때는 불쾌하기 보다 수영을 잘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지라퍼 아저씨에게 이렇게 하면 될까요? 지금은 괜찮았나요?”라고 오히려 되물어보며 조언을 구했.


아저씨는 기분이 좋았는지 그 후 매일 나를 찾아와 영법 교정을 해주었다. 그러더니 언제부턴가는 수영장 내 각 영법별 고수들까지도 소개해주었


알고보니 아저씨는 수영 동호회 회장으로서 나에게 영업하고자 접근했던 것이었다. 동호회는 술만 마시고 운동은 안 할 거란 부정적인 생각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미 많은 도움을 받으며 영법을 개선했기에 아저씨가 동호회 가입을 권유했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어쩌면 휩쓸리듯, 그렇게 동호회에 가입다.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동호회에 대한 인식은 오해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원들은 불 대신 물을 보면 뛰어드는 물나방이라도 된 마냥 수영에 정열적이고 진심이었다. 


한 명이 미리 훈련 계획을 세워오면, 다른 사람들은 다 같이 그 계획에 따라 영법, 시간, 운동량을 지켜 훈련했다. 혼자 연습하면 1~2바퀴 연습하다가 집에 갔을 텐데 다같이 목표를 갖고 훈련을 하니 더 재미있었고 열심히 운동했다. 스스로는 깨닫기 힘든 부분도 타인의 눈을 거쳐 깨닫고 고칠 수도 있었


동호회 덕에 영법이 나아질 무렵, 회원들은 수영 대회 연습을 시작했다. 일반인 대회를 나가고, 맹렬히 훈련을 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갔다.

또 한편으로는 좋아하는 에 열정적인 모습이 부러웠다. 사람들은 호기심과 동경이 섞인 눈빛을 눈치챘는지 대회에 같이 나가자고 꼬시기 시작했. 


참가해보고 싶었다. 스타트 다이빙과 50m 완만 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스타트 다이빙은 배우고, 수영은 훈련하면 된다고 이야기 . "지금부터 연습하면 메달도 딸 수도 있지!"라는 누군가의 말에 수영 5개월 차는 용감하게 대회 참가서를 작성다.

초보 콤보세트! 배치기 + 수경 뒤집히기


대회를 위해 처음으로 다이빙대에서 스타트 해보았다. 듣는 사람이 더 아픈 '찰싹' 소리. 거대한 물살과 함께 배에는 싸대기의 아픔이 아려왔다. 수경 마저 뒤집어져 우스꽝스러운 몰골이었.


사람들은 실제로 대회에서도 수경이 뒤집어질 수 있으니, 수경이 뒤집어진 채 완영 연습도 해보라고 했다. 슬랩스틱이 따로 없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런 걸 하고 있지’라는 생각과 ‘잘하고 싶다’라는 생각동시에 들었다. 대회를 준비한 한 달은 괴로움과 즐거움이 오가는 싸움이었다.
 
첫 대회날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사람들은 를 대회에 깍두기로 끼워준 것일 텐데 혼자 전날부터 오만 부담, 걱정, 설렘으로 가득 차있었다. 순위권에 들지 못할 실력임에도 멋진 기록과 메달이 욕심났다.


'Take your marks' 라는 소리와 함께 시작된 경기. 사람들의 함성을 들으며 죽어라 헤엄쳤. 수영하면서도 ‘혹시 내가 쓰러지면 구조대원이 날 물속에서 건져주겠지?’ ‘오늘 여기서 죽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객석에서 동호회원들의 응원 소리가 들렸다. 기하면 사람들에게 민망할 것 같았다. 마지막 남은 힘 가까스로 모아 결승선에 도착했다.
 
결과는 '깍두기는 깍두기다라고만 적겠다. 우수한 기록은 아니었지만 물에 뜨는 것을 배운 지 얼마 안 된 깍두기는 과정과 결과에 기쁨으로 벅찼다.


람들의 응원 소리를 들으며 출발하고 도착해서는 사람들의 칭찬과 격려를 받았다. 해야하는 일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끝마친 전율. 그 전율을 통해 내 안에 숨어있던 불꽃이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후로 내 휴대폰 알람은 ‘매일 새벽 5시 20분’으로 설정되어 있다. 지금도 캄캄한 어둠 속에서 사람들과 뜨거운 호흡을 맞추러 가는 행복하다. 물고기처럼 부드럽고 자유롭게 수영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오늘도 사람들과 함께 수영에 대해 고민하고, 훈련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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