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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비 Oct 10. 2021

가난의 냄새에는 엄마의 사랑이 있었다

엄마에게는 납 냄새가 났다. 공장에서 납질을 하다  돌아 때면 엄마는 납과 함께 있었다. 엄마가 잠자고 있을 땐  냄새가 더욱 심했다. 엄마의 숨을 따라 깊은 곳에서부터 매캐한 냄새가 우러 나오는 듯 했다. 때때론 엄마가 더 깊게 숨을 쉬어 몸 안에 있는 모든 납 빼내면 좋겠다는 생각 했다.


 냄새가 좋지 않은 것으로 보아 엄마 건강에도 나쁠 것 같다고 하며 남땜질을 그만하면 안 되냐고 물어보았지만 엄마의 대답은 '그럼 뭐 먹고 살아'였다. 엄마는 주말, 밤낮없이 일한 댓가로 한달에 150만원밖에 받지 못했다. 저축은 커녕 홀로 어린 딸 셋을 먹이기에도 빠듯한 돈이었다.


초등학교 때 god 의 <어머님께> 를 들으며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던 것이 기억난다. '어려서부터 우리집은 가난했었고 남들 다하는 외식 몇번 한적이 없었고 일터에 나가신 어머니 집에 없으면 언제나 혼자 끓여 먹었던 라면'이라는 가사는 우리집 그 자체였다. 


짜장면을 먹고 싶진 않도, 치킨 CF가 나오면  흘리며 쳐다보곤 했다. 엄마의 월급으로는 프라이드 치킨은 사치였기에 먹고 싶어도 말할 순 없었다. 하루는 토요일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을 한 엄마가 시장에 들러 닭을 사왔다. 엄마표 치킨을 해준다고 했다. 엌에서 닭을 튀길 준비를 하는 엄마의 뒷습은, 힘든 삶에서 지치지 말자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엄마가 닭을 튀기자 온 집안에 기름 냄새가 퍼졌다. 기름 냄새가 자욱히 내 얼굴뒤덮을  엄마는 엄마표 치킨을 들고 나타났다. 엄마표 치킨은 뭉친 솜패딩을 입은 닭 같았다. 우리집 밥상은 교회에서 받은 접이식 상이었다. 상에는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이요>로 시작하는 성경 구절이 길게 적혀있었다. 뭉친 솜패딩을 입은 닭 밑에서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고 말하는 상이 얄미웠다.


친구집에서 먹어  바삭한 튀김옷과 달콤한 양념의 치킨이 떠올랐다. 엄마의 얼굴을 보며 차마 그 치킨이 먹고 싶다고 말할 순 없었다. 엄마는 치킨을 사서 먹으면 비싸기만 하고 건강에 안 좋다고 말했다. 똑같은 튀김 닭인데, 엄마가 만든건 건강식이고 치킨집에서 파는 치킨은 불량식품일리는 없을텐데, 엄마는 굳이 '건강을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엄마표 치킨은 치킨집에서 파는 것보다 생긴건 못생겼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다. 마는  냄새와 기름 냄새를 풍기며  닭을 뜯고 있었다. 엄마에게 '엄마 요리는 맛있다' 고 이야기 하면 엄마는 번들번들 얼굴로 미소 었다.


뭉친 솜패딩 튀김옷에 탄 양념묻어있던 엄마표 치킨. 끔씩은 설픈 그 치킨이 먹고 싶다. CF보는 딸들의 눈빛을 보고 퇴근 후 시장에서 혼자 닭을 샀을 엄마의 모습이 상상된다. 그리고 치킨을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던 엄마의 모습이 생각난다. 딸들을 위해 로 양념 시피를 고민하고 지친 몸을 분주히 움직이던 엄마. 우리의 삶은 가난했지만 그 안에는 항상 엄마의 사랑이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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