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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nbin Park Jul 21. 2021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는 옥탑, 과연 살만 한가요?

원래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다

1. 첫눈에 반해버린 집



생각보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집을 주어진 예산 안에서 찾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것도 회사를 다니면서 주중에 시간을 쪼개서 알아봐야 하니 더욱 상황은 어렵게 느껴졌다. 계약 만료를 앞두고 분주한 마음에 일단 무작정 여러 동네를 찾아 다녀봤지만, 예산에서 크게 벗어나서 그냥 일단 내가 사는 동네 주변으로 알아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첫 자취집 주변을 둘러보면서 나를 힘들게 했던 미용실도 지나쳤다. '이 동네가 역시 좋았지' 생각하며 몇몇 부동산을 드나들다 우연히 내 예산에 맞는 괜찮은 집이 바로 주변에 있다며 부동산 사장님이 소개를 시켜주셨다. 


단독주택 3층 집이었는데 외관은 굉장히 낡아보여 사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가니 허름하고 오래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생각보다 집이 커서 놀랐다.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자 내 시선은 바로 주방 옆으로 펼쳐진 큰 마당 공간이 펼쳐졌다. 지대의 약 1/3이 마당이었고 심지어 나 혼자 단독으로 쓸 수 있는 옥상 공간도 마련이 되어 있었다. (어디서 많이 배운건데 부동산 중개사에게 집이 너무 마음에 드는 티를 내지 말라고 들었어서 기분 좋은 표정을 맘껏 지을 수는 없었지만, 첫눈에 반해버린 집이란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나는 이 집을 단번에 계약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찬빈네집을 처음 만난 날


2. 전세자금대출의 난


부동산 아저씨와 몇 군데를 더 보긴 했지만, 나는 이 옥탑집을 이미 염두해있었기에 다른 집은 사실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일단 계약 만료 시기날에 계약이 가능했고, 부동산 아저씨말로는 직장인 전세 자금 대출도 문제 없을거라 하셨다. LH 전세자금대출과는 달리 은행 대출이라 집 계약을 하기 전 반드시 은행에서 이 주택이 대출을 받아 입주가 가능한지를 먼저 알아봤어야 했는데 계약 만료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아 나는 부동산 아저씨 말에 혹해 일단 계약을 하기로 했다.


마당에서 바라본 집 안쪽


그때부터 내 최악의 실수가 벌어졌다.


일단 계약금을 마련하기 위해 내가 모았던 돈들을 다 준비해서 계약을 하였고, 집주인 아주머니와 입주 전 수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논의를 하였다. 다행히 집주인 아주머니께서 화장실 천정과 조명, 부엌 후드, 금이 간 유리 등등을 고쳐주신다고 하였다. (사실 이게 당연한 것도 있고, 당연하지 않은 것도 있는데 잘 협조해주신 부분은 무척 감사하게 생각한다.) 모든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가장 중요한 '은행' 방문이 남아 있었다.

순서가 뒤바뀐 줄도 모르고 정신없던 찰나에 잠시 점심 Off시간을 활용해 계약서와 함께 은행을 방문했다. 


참고로 이 집은 1970년대에 지어진 집이라고 했다. 그리고 건물 용도가 3층 모두 '주택과 상가'가 합쳐진 구성이라서 전세자금 대출 필수 요건인 '주택' 집이 아니라 대출이 어렵다는 답변을 듣게 되었다. 심장이 철렁했다. 계약서를 쓰고 계약금까지 냈는데, 은행에 전세 자금 대출을 받지 못한다면 계약도 하지 못할 뿐더러 계약금 조차 받지 못하게 된 상황이 닥친 것이다. 주거래 은행과 다른 여타 은행을 가봤으나 다 불가하다는 답변이었고, 그중 한 은행은 '건축도면'이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하여 그 다음날 바로 용산구청에 가서 문의를 하였다. 역시나 이 주택이 오래되어 건축도면이 없고, 만약 등록을 하고 싶으면 집주인이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도면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또 무수히 많은 비용이 든다고 하여 집주인 아주머니께 문의는 드렸으나, 이 부분은 도움주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주셨다.


사실 이 한 문단에 이 이야기를 담는 것 자체가 조금 무리이긴 하지만, 이렇게 축약해서 쓰게된 것은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결국 집주인 아주머니는 내 상황을 이해하시고, 부동산 아저씨에게도 핀잔을 주셨다. (사실 이 모든 잘못은 잘 알아보지 않고 급하게 일을 처리하려 했던 나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출에 전혀 문제 없는 집이라고 소개한 부동산 아저씨가 역반하장을 했어서 굉장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결국 나는 하고 싶지 않은, 부모님께 손을 빌리게 되었고 매월 전세 자금에 대한 이자를 아버지에게 드리고 있다. 평생 혼날 것을 이 기간 부모님께 혼쭐이 났던 것 같다. 그래서그런지 친구 혹은 지인 중 전세 대출 알아보는 분들에게 꼼꼼하게 알아보고 진행할 것을 당부한다. 물론 나같은 사람은 나밖에 없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3. 우사단로에서 우사단로로


2018년 10월 29일, 나는 우사단로에서 우사단로로 이사를 했다. 동주소지는 한남동에서 보광동으로 이전이 되었다. 한끝차이이지만 보광동은 내 첫 자취집이 있던 동네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익숙한 동네로 다시 왔다는 것에 마음이 훨씬 홀가분했다. (지금 다시 돌이켜보면 엄청 큰 일들을 많이 겪었고, 잠자리를 설쳐온 탓이기도 한 것 같다.)


이삿날에는 역시 짜장면! / 승혁이형은 사진을 찍어주느라 이 사진에는 안나왔다.
늦은 밤까지 계속 되었던 이사 및 집 보수..ing


혼자 사는 집에 짐이 상당히 많았다. 혼자하기는 무리가 있었고, 두 분에게 도움을 청했다. 종구형과 승혁이형. 나는 아직까지도 동생들보다는 형들이 편했다. (형들에게는 못살게 구는 동생으로 각인되었겠지만) 하루 전 열심히 짐을 다 싸고, 미리 한차례 쏘카를 빌려 짐을 옮겼다. 부피가 큰 녀석들은 1톤 트럭 용달 아저씨 차량에 차곡 차곡 싣었다. 집주인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누고, 새로운 집으로 와서 짐을 열심히 풀었다. 여기에서도 큰방과 작은방이 나뉘어지는데 나는 큰방에 주로 짐을 두고, 작은방은 잠시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을 하다가 이전 집에서 사온 싱글 침대를 일단 나눠 비치해두기로 했다.


큰방과 작은방


이 집을 결정하면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부분은 바로 장판과 벽지였다. 아 물론 몰딩도! 색을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청록색? 계열의 부분 포인트가 그냥 집과 잘 어울려서 그대로 두기로 했고, 이전 집에서 열심히 고생해가며 칠했던 벽 페인팅은 나름 깔끔한 벽지라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아마 그때 너무 힘들었던 기억뿐이라 어쩌면 수고를 좀 덜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작은방에는 최대한 '손님'을 위해 마련한 공간으로 생각해서 짐을 최대한 덜어냈다. 기타와 수납함과 조명 정도로만 비치해두고 나머지는 모두 큰방, 내가 사는 방에 두었다.


그렇게 이사를 잘 마치고, 나는 찬빈네집에서 본격적인 가을을 맞이했다. 

 

4. 마치 '내가 집주인이야'라는 듯 나를 노려보던 냥이


이사를 하면서 만나게 된 녀석. 

노란 털에 눈은 똘망졌던 아이. 

이 아이를 처음 만난 순간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마치 '우리집에 왜 왔니'를 연상케하며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녀석. 

2층 집 이웃이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 늘 현관문 앞에 길냥이 사료가 한움큼씩 놓여져 있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나는 이 아이를 케어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 녀석과의 추억은 너무 많아 뒤 에피소드에서 주로 다루기로 하며, 

귀여웠던 몇몇 순간들만 잠시 담아보고자 한다.


마당에서 나를 노려보던 아이


일출 / 매일 아침 출근길 나에게 인사를 건네던 아이


좋아하는 bear 매거진과 찰칵! 인상 좀 피자.. / 책보는 아이


5. 첫손님, 엄마와 아빠


이번에도 친척 분의 결혼식이 있어 부모님이 서울에 올라오셨다. 어쩌다보니 내가 살았던 3곳의 집을 다 방문해주셨다. 보광동, 한남동 그리고 다시 보광동. 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부모님은 굉장히 만족해하셨다. 일단 집이 넓다는 점, 집 앞이 탁 트였다는 점, 마지막으로 밝은 내 모습을 보셔서 마음에 드셔서 흡족해하지 않으셨을까 싶다. 우여곡절 많았던 집 구하기 대장정이 막을 내리는 것만 같았다. 이 집에서 더 행복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그때 참 많이 했던 것 같다.


창 밖을 바라보던 엄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을까


아빠와 엄마, Seoul @Chanbin Park

부모님과 잠시 담소를 나누며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아빠는 잠시 앉아있을 틈 없이 집안 곳곳 어디 문제 없는지를 가장 먼저 체크 하셨다. 엄마는 전주에서 싸온 반찬을 냉장고에 넣어주셨고, 과일을 내어주셨다. 마치 내 집이 부모님 집이 된 것 처럼 나는 부모님께 내어드릴 게 없어 죄송했다. 아빠는 천천히 집을 다 둘러보시더니 손볼 곳이 없다고 하셨다. 1970년대에 지어진 집이라 부모님 나이보다 조금 '젊은' 집이 참 대견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잘 참아 오셨던 말을 꺼내듯, 겨울에는 집이 추울 것 같다고 얘기 하셨다. 


6. 가을을 만끽하고 싶었으나 금새 겨울이 찾아왔다


이사 후 생각보다 집이 춥다는 생각을 못하다가 12월이 다가오며 추위를 실감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꼭대기 층인 집에 창이 넓어 구조적으로 추울 수 밖에 없을거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이전 집에 비해 많이 추웠다. 아주 다행히 집주인 아주머니가 내가 이사한 해에 보일러를 새로 교체해주신 덕분에 성능이 매우 훌륭했다. 작은방과 큰방, 그리고 거실이자 부엌이자 집 복도인 어느 한 공간까지 3곳으로 보일러 열 공급을 분리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큰 창을 두고 밖과 안이 나뉘어진 공간에서 나는 유독 빨리 지는 해를 보며, 뭔가 허탈함과 아쉬움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내가 사는 집이 나를 말해주는 듯, 누군가의 눈에는 오래되고 누추하고, 별볼일 없어 보이는 집이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이 집이 정말 편안했다. 그냥 내가 좋으면 좋은건데 왜 마음 한켠에는 부끄러운 마음이 생기는지 잘 몰랐다. 사실 너무 잘 알고 있어 더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 같다.


내가 나다워지는 집인 이곳 찬빈네집에서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재미난 일들을 해보기로 다짐했다. 


그게 설령 부족한 기획이더라도, 

누추한 공간이더라도 일단 나는 내 공간에 누군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나에게는 유독 아름답게 보이는 우리집 밖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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