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불어넣어 줄 때.
그게 사람이던, 물건이던, 식물이던
내가 손이 닿는 무한의 것들에 대해
이름을 불어넣어 줄 때.
차라리 슬픈 이름을 달아줄 까 하다가
왜 하필 슬픈 이름일 까 생각하고.
슬픈 이름으로 인해서
그게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기뻐하게 된다면
슬픔은 기쁨의 단어로 변할 테니까.
그게 물건이라면
그 물건이 닳아 없어지게 되고
더 이상 가질 수 없을 때,
슬픔은 더 이상 닳아버린 낡은 것이 될 테지.
만약 그게 식물이라면
활짝 피어 새로움으로 변하고
생명이 다해 시들어도
슬픔은 새로움부터 슬픔이 다한 것처럼.
내 손이 닿는 무한의 것들에 대해
슬픔의 이름을 불어넣어줄 때.
타인은 닿지 못할 것들에 대해
나에게 채워진 이름 모를 무게들이
그렇게 사라질 수도 있을 것 같은.
슬픈 이름을 주는 이유를 만들어
이유의 이유까지 덧붙여주고 나면
비로소.
이름을 불어넣어준 후의
실재하지 않은 미신 같은 위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