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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젼정 Mar 14. 2023

고민의 탄생

부끄러운 생애를 살아왔습니다. 소설 ‘인간실격  문장이다. 생각이 많아질 때면, 타인과 나의 삶을 아무리 겹쳐 보아도 교집합이 보이지 않을 때면, 문득  문장이 떠오른다.  생애는   채로 있다가   채로 끝인가. 나는 최근 새로운 고민을 만들었는데  고민은  해결을 원하는 얼굴로  주변을 맴돌고 있다.  고민은 생겼다고 하기엔 그렇고 만들어진다. 아주 작았던 의문에 수많은 말들이 보태져 거대한 고민이 탄생된다.  고민은 아주 고약한 성미를 가지고 있다. 예전부터 하고 싶은  정해져 있었다. 안타깝게도 하고 싶은 것을 (노력은 하지 않고) 특출 나게 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을 즐기곤 하는데 그건 마치 좋아하기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모습을 닮았다. 근처에 어슬렁거리긴 하지만 결코 말은 걸지 않는 그런 모습인데 어릴  그게  귀여워 보이기도 하고 서툴러 보이기도 하지만 나이가 먹을수록 확실히 그게  징그러워 보인다. 잘하지 못하는  그냥 좋아하는  괜찮지만 잘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잘하지 못하는  잘하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잘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지도 않으며 잘하리라 희망하지도 않는  문제가 있다. 문제가 있으니 고민이 만들어진 것이다. 갑자기 나에게 문제가 많은 것처럼 느껴져서 핑계를 대보려고   썼는데 신통치가 않아 지웠다. 역시  부끄러워진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하기 싫은 일들을  열심히 계획했다. 아르바이트 면접에 가서 ‘이래도 나를 뽑으실 건가요?’라는 스타일로 어수선한 말을 늘어놓았다. 면접에 가서 그런 태도를 보인  처음이었다. 항상 상대에게  보이려고 애썼다. 시키는  뭐라도    있다는 자세로 면접을 보았다. 그게 내가 내세울  있는 유일한 장점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일자리 알선 담당자에게도 불만만 쏟아냈다.  전화가 달갑지 않았다. 겨울에 괜찮은 일자리가 있어서 잠시 구직등록을 해놓은 것인데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알아봐 주는  묘하게 불편했다. 나의 불편함과는 상관없이 담당자는 친절하고 유쾌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라며 다른 일거리를 만들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하고 싶은 일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였던  같다. 하고 싶은 일로도 돈을   있을까. 그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내가  글을 유료로 읽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다른 고민이 탄생했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내가 해야 하는  무엇일까. 내가 어떤 기로에 서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번에는 다른 선택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어제와 다른 오늘이 오늘과 다를 내일이 내게 다른 답을   있을까. 문장을 모두 붙여 쓰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문장들이 모두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문장을 쓰는  마음에 여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일은  내가 무슨 고민을  크게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미결의 고민들만 켜켜이 쌓이는  아닌지. 누군가 내가  글을 여기까지 읽었다면 내게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싶다. 부끄러운 생애를 살아왔습니다.  말을 쓰는 다자이 오사무와  말을 하는 오바 요조의 얼굴이 겹친다. 거기에 얼굴이 있었을까. 어째서 얼굴이 없다고 느껴지는 걸까. 부끄러운 고민을 해왔습니다. 어쩐지 얼굴이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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