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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알 수 없다고

by 젼정


인간은 알 수 없다. 걷기 어려운데 애써 걸으려 하고 걸을 수 있는데 무심한 얼굴로 걷지 않는다. 살아있는데 죽으려하고 언제나 죽음으로 가고 있는데 생이 계속될 것이라 습관처럼 생각하며 산다. 시간이 없는데 딴짓을 하고 시간이 있는데 해야 할 일들을 하지 않는다. 이곳에서 저곳을 그리워하느라 이곳을 보지 못하고, 때로는 내내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들을(간단하게 설명해 낼 수 없는 것들을) 그리워 하느라 나아가지 못한다. 원하는 결말을 얻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끝까지 노력하고, 결국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해버리고야 만 말들로 상대에게 예상할 수 있는 상처를 준다. 알 수 없이 그리워하던 여름이 왔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 눈앞에 있는데 기어코, 나는 다른 생각을 한다. 내 앞을 지나가는 할머니의 걷기 연습을 보며 나는 생각한다. 내일이 없어도 되는 것처럼 사는 사람을 보며 나는 생각한다. 인간은 알 수 없다고, 그렇게 시작한다, 여름의 시작에서, 어떤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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