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며 그렇게 영원해졌다

by 젼정


가끔 바다에 가고 싶다. 이유 없이 그냥.


우리는 차로 한 시간 거리 바다로 갔다.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던 바다.

목적 없이 바다 곁으로 가 앉았다. 사람들이 보인다. 누구라 부를 수 없는 사람들.

그들도 우리를 그렇게 인식할 것이다.

이름 없는 사람들, 얼굴 없는 사람들.


초저녁 바다의 여름빛은 투명한 푸른색.

바다와 맞닿아도 하나가 되지 않는 색.

전혀 다른 푸른빛.


바다냄새가 난다.

사람들 소리가 난다.

바다에 와 있는 기분이 난다.


바다 곁에 앉아 바다를 바라본다.

도착한 그곳에서 만난 것은 바다일까.


차 안에 앉아 다시 하늘을 바라본다.

작은 불빛이 보인다.


하찮아 보이는 불빛.


사람들이 쏘아 올린 불빛이다. 이내 사라져 버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떤 사람들은 불꽃놀이를 한다. 누군가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의미는 상관없다고도 생각한다. 가끔은 필요하다, 그런 빛이라도.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빛이라도, 말이라도, 마음이라도. 있어서 다행인 순간이, 분명히 존재한다. 예전에는 바다에서 불꽃놀이를 왜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 작은 불꽃이, 금방 사라지고야 마는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런데 이번에는 조금 달라 보였다. 그 작은 불빛이 반가웠고, 어쩐 일로 귀여웠다. 불꽃은 투명한 푸른빛에서 반짝거렸다. 모든 것들은 저마다 다른 빛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고 나타났다가 다시 사라졌다.


그것으로 그 순간이 기억될 수 있다면 괜찮을 수도 있겠구나.

사라져도 그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다면 괜찮을 수도 있겠구나.


불꽃놀이를 하는 사람들은 그 불꽃을 자기 것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 순간만큼은 그것을 바라보는 일에 집중한다.

왜일까. 왜 불꽃놀이를 하는 걸까.


우리도 불꽃놀이 해볼까.

내가 묻는다.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래, 하며 나는 작은 불꽃을 바라본다.

내 것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바다에 사람들이 있다.

나 또한 그 사람들 중 하나.


밤이 깊어져 우리는 바다를 떠나기로 한다.

투명한 푸른빛도 사라졌다.


팡펑팡퐁. 작은 불꽃이 다시 소리를 낸다.

저마다의 슬픔과 고통, 걱정도 그런 식으로 소리를 내며 사라졌으면 좋겠다.

소리가 천천히 멀어진다.


불꽃이 한여름 초저녁의 푸른빛 속에서 영원해졌다. 사라지며 그렇게 영원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