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여름이 반짝거린다

by 젼정


나뭇가지 사이로 반짝이는 빛. 여름의 초저녁은 그렇다. 너무 짧아 눈치채기 어렵지만 발견할 수만 있다면 그 어떤 계절보다 하루가 눈부시게 저물어 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빛은 윤슬처럼 어디론가 흐르며 영원히 빛날 것만 같다. 손에 잡히지 않아 아련한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기만 한다. 만질 수 없어 애틋하게 그것을 그리워하기만 한다. 지나가면 다시는 같은 순간을 볼 수 없기에 더없이 찬란한 계절, 여름이다. 모든 계절이 그렇지만 언젠가부터 여름은 내게 더 그렇다.


초록 사이, 파고든 볕을 좋아한다. 나뭇가지의 움직임에 따라 그 빛은 옅어졌다가 강해지기를 반복한다. 하나의 생각이 시작되었다가 흩어지고, 조금 다른 방향으로 뻗었다 모아지는 모습과도 비슷해 보인다.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그런 빛이 파고든다. 빛이 강해지면 주변의 모든 것이 생략된다. 나의 세계와 바깥 세계가 연결된다. 두 세계는 연결이 느껴질 때 마음은 일렁거린다. 마음의 형태를 그리고 싶어진다. 그런 것들에서 여름을 느낀다. 어떤 애정을 느끼고, 어떤 아쉬움을 느끼고, 어떤 지나감을 느낀다.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순간순간을 아끼는 마음을 헤아린다. 나중을 위해서 아끼는 마음이 아닌 그저 소중해서 아끼는 마음은 두 세계의 연결에 틈을 메운다. 그 순간만큼은 빈틈없이 채워진다.


아이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버스를 기다리며 커다란 나무를 보았다. 그 나뭇가지에 스민 빛을 보았다. 스민 빛을 아무도 모르게 담았다. 나는 그 빛을 숨겼다. 밤이 오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담아 온 여름빛을 집에 와 꺼내본다.


매일 여름이 반짝거린다.


다른 계절이 되어도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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