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고 나서야 시작되는 것들이 있다

by 젼정


다 끝나고 나서야 시작되는 것들이 있다. 어떤 말들이 그렇고, 어떤 소설이 그렇고, 어떤 생각이 그렇고, 어떤 사람이 그렇고, 어떤 노래가 그렇고, 어떤 영화가 사랑이 그렇다. 그건 그러기로 정해진 것처럼 다 끝나고 나서야 시작된다. 영화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를 다 보고 나서야 나는 그 영화를 진짜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몰라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 영화를 몇 번이고 보았다. 영화를 보면서 슬퍼지기도 했고 어떤 시절이 선명해졌다 자연스럽게 흐릿해지기도 했다. 영화에 나오는 ‘馬の骨(말의뼈)’라는 노래도 자주 들었다. 왜 자꾸 보게 될까. 생각하게 될까. 여전히 모르겠다. 오늘 아침 식빵에 잼을 바르며 생각했다. 그 노래에 달린 댓글을 보면서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것들의 속성이 무엇일까. 그런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걸까. 아니면 그냥 그리워할 수 있는 마음을 애틋해하는 걸까. 비슷한 감정으로 서로를 빗겨가며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혼잣말 또는 조심스럽게 건네는 말들. 거기엔 각자에게 지워질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의외로 우리가 그리워하는 건 화려하고 대단한 시절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지금보다 더 모든 것이 모호하게 느껴졌던 시절, 그 시절의 내가 그리운 건 아닐까. 무지해 너무나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에게 보내는 마음은 밝은 대낮 공중을 떠도는 하찮은 먼지처럼 내가 알지 못하는 공간을 유영한다. 봄날 흩날리는 벚꽃처럼 그 마음은 그 시절로 지나가고야 만다. 다 끝난 것에 미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얼굴은 어떨까. 그건 슬픔과는 다른, 상처와는 다른, 우울과는 다른, 그건 결코 두 글자로 끝날 수 없는. 식빵에 잼을 바르는 것처럼 마음에 마음을 덧입힌다. 마음에 마음이 더해져 그 마음은 새로운 이름을 기다린다. 끝나고 나서야 시작되는 것들이 있다. 어른이 되지 못한 마음은 언제나 거기 있다. 나는 그것을 때때로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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