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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젼정 Jul 19. 2021

유명해지고 싶지만 나를 알리고 싶지는 않아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 브런치 작가

그 누구도 내게 브런치 작가를 하라고 하지 않았다. 오로지 내 선택으로 인해 비롯된 일, 내가 정말 원해서 하는 일이다. 등 떠밀리듯 시작한 일들과는 다르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해서 글을 일정하게 올려야 된다는 규칙도 없다. 브런치 작가 활동은 그야말로 개인의 선택일 뿐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신경이 온통 거기에 가 있다. 뭐 하나에 꽂히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브런치 작가로서 활동하는 것이 요즘 내 주요 업무이기 때문이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속이 울렁거린다. 글을 쓰는 시간보다 퇴고 과정에 더 많은 힘이 들어간다.

모든 글쓰기 책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성실, 기획, 퇴고의 과정을 그대로 따르기로 한 나는 무엇보다도 퇴고에 집중하게 되었다. 퇴고를 제대로 하기 전까지는 처음 쓴 글도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한 번에 쓴 글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신선함이 있다. 밭에서 갓 따온 식재료처럼 말이다. 때에 따라서는 그것을 그대로 먹는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 요리를 통해서 더 훌륭한 음식이 탄생된다. 퇴고도 비슷하다. 읽기 편하게 다듬고, 고쳐서 결과물을 만든다. 음식을 먹는 사람이 편하려면 요리사가 고된 과정을 감수해야 한다. 작가 또한 그렇다. 독자가 글을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초고도, 퇴고도 나 혼자 해야 되는 작업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를 해야 될지 가늠하기가 힘든 경우도 많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장인의 작품처럼 보이고 싶지만 아직은 갈 길이 먼 느낌이다.




내 직업은 전업주부지만 계속 이 직업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이는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차 많아질 것이고, 그때는 맞벌이를 시작해야 될지도 모른다. 그런 고민 끝에 내가 찾은 곳이 브런치다. 브런치를 통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출간을 하고 명성을 얻는지도 모르면서 나는 이곳으로 유입되었다. 브런치를 통해서 작가의 꿈을 이뤄야겠다는 포부도 살짝 가지고 왔다.


글을 써서 밥벌이를 한다는 건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책은 독립출판을 통해서 낼 수 있겠지만 그것이 밥벌이 정도의 소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얼마나 있겠는가.


메이저 출판사에서 마케팅에 쏟는 정성과 비용을 개인이 쫓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브런치에 올라온 글만 봐도 그렇다. 브런치나 포털 사이트 메인에 걸리기만 해도 반응이 달라진다. 그렇게 걸린 글은 곧 홍보가 되어 글의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올라간다. 나도 브런치 작가가 되어 그런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정말 대단한 일이라도 생기는 건가 했는데 그저 지나가는 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부터는 마음을 먼저 가라앉힌다. 조회수만큼 구독자가 폭발적으로 늘지는 않는다는 점은 오히려 나를 힘들게 한다. 글이 그저 그랬다는 뜻인가, 구독할 만큼은 아니라는 뜻인가로 시작된 의문은 다음 글에 대한 부담으로도 이어졌다. 다음에 쓰는 글도 브런치 메인에 소개되면 좋겠다는 욕심도 생겼다. 의도적으로 그런 글을 기획해서 써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도 생겼다.


브런치 메인 노출이 글쓰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조회수가 높아진다고 해서 수입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책을 출간할 기회가 당장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바로 다음에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말이다. 눈에 보이는 성과는 있지만 손에 쥘 수 있는 이득은 없는 경험이다. 다만 한 가지에 대해서는 꽤 골똘히 생각하게 된다. 브런치팀이나 독자가 생각하는 좋은 글과 내가 괜찮다고 여기는 글 사이에 놓인 괴리감에 대해서 말이다. 그 괴리감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확한 답을 내리기가 어렵다.


글 쓰는 게 좋아서, 유명해지고 싶다는 생각도 이따금 한다. 유명해지면 더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을 테니 말이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내가 아닌 내가 쓴 글만 유명해졌으면 좋겠다. 사생활이 드러나는 글을 쓰면서도 나를 노골적으로 노출하고 싶지 않은 욕구가 밑바닥에 깔려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제목의 역설과 비슷하다고 하면 이해가 쉬우려나.


유명해지고 싶지만 나를 알리고 싶지는 않아.


이 불가능한 일이 가능하려나. 늦은 밤 거실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본다. 결론은 ' 아직 유명해지지 않았으니 고민하지 말 것'이다. 브런치 작가는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 해도 라이킷과 구독자는 필요하다. 독자가 없는 작가는, 글은 외롭기 때문이다

 





이 글을 퇴고하고 있던 와중에 내가 쓴 글이 브런치와 카카오톡, 다음 메인에 노출되었다. 갑작스러운 조회수 폭등에 어리둥절해서 찾아보니 이유가 있었다. 사실 이전에 두 번 정도 브런치 메인에 글이 올라간 적이 있었는데 조회수가 이 정도는 아니었다.

 



정말 놀랄 만한 숫자였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브런치 알림을 확인했다. 조회수만큼은 아니지만 구독자도, 라이킷도 제법 늘었다. 그보다 더 좋은 건 내 글을 읽어준 분들이 남긴 댓글이었다. 나와 아이의 마음이 예쁘다고,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난다고, 댓글을 쓰기 위해 회원가입을 했다고, 그런 글들이었다. 내가 옆집 할머니와 나눈, 얕은 사이에 깃든 정이 그분들에게도 전해진 모양이다. 그런 말을 들을 정도로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내가 좋은 사람으로 보였던 이유는 옆집 할머니가 우리에게 준 마음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글을 쓰면 그런 것들이 더 자세히 보이기 시작한다.

 

전업작가가 될 수 있을까. 그런 불안감을 키우던 찰나에, 기회는 어디에서 올까라는 글을 쓰며 마음을 다잡는 사이에, 그들의 응원의 말들이 내게 도착했다. 고마운 마음에 울컥해지는 기분을 애써 외면한다.   


사람들은 시간이 사물을
변화시킨다고 하지만,
사실 당신 스스로 그것들을
변화시켜야 한다  

- 앤디 워홀 명언



브런치 작가가 된 지 두 달이 되어 간다. 앤디 워홀의 명언처럼 시간이 아닌 내가 상황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늘 삶의 한 발짝 뒤에 숨어 있던 나였다. 상처 받고 저주 앉아있는 내 모습이 싫어서 시작조차 하지 않던 나였다. 그런 내가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시간은 쓰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글쓰기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두 시간, 세 시간으로 늘어났다. 글쓰기 전까지 수많은 것들이 나를 유혹하지만 결국에는 쓴다. 그렇게 쓴 글들을 하나씩 서랍에서 꺼낸다. 단어와 문장을 보태고 빼는 퇴고의 과정을 거쳐 하나의 글을 완성시킨다. 가장 달라진 것은 예전의 내 방식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글을 통해 시간을 되돌리거나 멈추는 마법을 부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보고 싶은 할머니와 누군가가 만날 수 있도록, 이웃의 어떤 이에게 환하게 웃어줄 수 있도록, 지치는 순간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이유 없이 걸어둔 마음의 빗장을 잠시 풀고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말이다.


나는 브런치 작가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이 일을, 나는 누구보다도 잘 해내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거실에 앉아 아이가 보는 만화의 소음을 이겨내며, 한여름의 초저녁이 저물어가는 것을 느끼며,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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