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발견
내 취향의 브랜드를 알게 되었을 때, 카페를 알게 되었을 때, 골목을 알게 되었을 때, 음식을 알게 되었을 때의 순간을 좋아한다. 그 순간은 스스로를 더 알게 한다.
나는 이런 취향을 가진 사람이었구나.
사소한 것들에서 발견하는 새로움에서 늘 독특한 감정을 느낀다. 이를 테면, 토요일 아침 침대에 누워 듣는 아이의 연필 깎는 소리가 그렇다. 그 소리는 나를 조용히 자극한다. 연필 깎는 소리가 일정하게 지나가는 기차 소리처럼 들린다. 금방 끝나지 않는 걸 봐서는 대단한 걸 하려나보다. 아이가 무엇을 쓸지, 그릴 지 기대가 된다. 남편과 새로 알게 된 카페에서 마주 앉아 같은 음악을 들으며 농담을 하는 것도 새롭다. 연애 시절, 골목 카페에서 다방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던 우리의 시간이 지금에 닿아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가진 것이 없어도 흔들리지 않았던 다정했던 그의 말들은 불안했던 나의 지난날들을 버티게 했다. 그때 알았다. 내가 좋아하는 건 상대가 쓰는 언어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좋은 언어를 쓰는 사람과의 대화는 편안하고, 소중하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 사람과 대화할 때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생소한 브랜드의 제품을 사는 것도 그렇다. 지금은 꽤 유명해진 '위글위글'과 '1537(울랄라)'의 제품을 보면 늘 구매욕이 솟아오른다. 사고 싶은 대로 다 살 수는 없어도 구경은 실컷 하는 편이다. 신제품이 나오면 온라인에서 꾸준히 지켜보다가 잊히지 않을 정도로 기억이 남는 제품이 있으면 구매한다. 내가 만든 뜨개 가방에 단 위글위글 샌드위치 키링, 1537(울랄라)에서 산 접시와 머그컵은 지금 봐도 잘 샀다 싶을 정도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유니크한 디자인에 눈에 확 들어오는 색감이 나의 취향을 대변한다. 그 제품을 이용하는 내가 유니크 해지는 기분이 들 때도 종종 있다.
마음에 쏙 드는 식당에서 먹는 정갈한 음식도 그렇다. 식당 주인의 취향이 돋보이는 인테리어를 둘러보며 천천히 음식의 맛을 느낄 때, 일상에서 잠시 벗어난다. 짧은 일탈을 경험한다. 음식에 담긴 새로움과 에너지를 좋아한다. 늘 하던 대로가 아닌, 먹는 대로가 아닌 음식을 맛봄으로써 정해진 경로를 보란 듯이 이탈한다. 그 이탈은 혀의 감각을 깨우고, '맛있다'의 표현을 다양하게 만든다.
동네 서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도 그렇다. 서점 주인의 취향대로 정리된 책장을 구경하면서 알지 못했던 세계로 잠시 발을 들여놓는다. 대형서점에서 찾기 힘든 책들이 그곳에 있다. 동네 서점만의 독특한 운영방식을 엿보는 것도 재미있다. 때로는 감성적이기도 하고, 시니컬하기도 하고, 유쾌하기도 한 서점 주인들의 글들을 보며 우리의 고민이 '거기서 거기'라는 사실에 안도한다. 더불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 곱씹어 보기도 한다.
좋아하는 건 단순히 좋다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들이 한데 모여 나를 만든다. 좋은 언어를 쓰는 이들을 곁에 두고, 감각을 자극하는 브랜드를 이용하고, 맛을 일깨우는 음식을 먹고, 생각을 전환시키는 장소에 드나드는, 그런 생활에서 찾는 기쁨의 자극이 어느덧 내게 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