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하늘의 별은 멀리 있어 아름답다

by 열매

과학적 지식이 있다 해도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면 아련한 감정에 휩싸인다. 저 별에는 천사나 아름다운 존재가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 이런 상상은 무한한 우주만큼 끝없이 펼쳐진다. 그러나 어처구니없게도 달은 흙먼지만 가득한 곳임이 이미 밝혀졌다. 다른 별을 애써 찾아가도 마찬가지다. 화성에서 풀 한 포기를 보려면 얼마나 아득한 시간이 흘러야 할지, 생각만으로도 깊은 허무감에 빠진다. 하지만 멀어질수록, 더욱 멀어질수록 달과 화성은 다시 빛난다. 별은 나로부터 무한한 공간을 사이에 둘 때만 빛나는, 그럴 때만 별이다.

그는 스타 중의 스타였다. 어디를 가나 팬이 몰리고 일거수일투족이 관심거리가 될 뿐 아니라 세계 여러 곳을 다니며 콘서트를 했다. 스타일리쉬한 패션, 개성 있는 얼굴은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멋있었다. 물론 나는 유명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인 그를 텔레비전에서만 봤다. 그런데 어느 날, 그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지인으로부터 소개를 받았다며 타로를 보고 싶다고 했다. 타로 일을 하면서 다양한 직업의 사람을 만나거나 통화를 했지만, 연예인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처럼 유명한 스타라니. 나는 놀라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물론 그는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 않았지만, 나는 소개해준 사람으로 인해 그가 누군지 알게 되었다.

“저는 사실 너무 어려서 너무 큰 성공을 거두었어요. 그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그의 목소리는 텔레비전에서 듣던 것과 똑같이 저음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훨씬 활발하고 자연스러웠다. 들뜸과 즐거움이 그리고 감당하기 어려운 끼가 순간적으로 확 느껴졌다. 누가 옆에 있는지 “잠깐, 나 타로 보고 있어. 얘기해 줄게.”라고 말하는 게 들렸다.

“아 죄송합니다. 어디까지 했죠?”

몇 마디 하지 않았는데도 이래서 이 사람이 연예인이 되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는 보통 사람과는 사뭇 달랐다. 우선 나이에 비해 미성숙한 말투와 태도를 보였는데 겨우 중학생이나 고등학교 1학년쯤 되는 아이 같았다. 말끝에 보이는 가벼운 웃음이 그를 천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속셈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다. 다른 직업인들과 얘기하다 보면 두껍든 얇든 사회생활에서 익힌 갑옷을 하나씩은 입고 있는데 이 사람은 그런 것이 없었다. 너무나 가볍고 영혼의 춤을 추듯 감정선이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제가요, 엄청나게 잘 나갔거든요. 그런데요. 근래 너무 안 좋은 일이 많아요. 다시 예전 같은 인기를 끌 수 있을까요?”

그제야 나는 몇 달 전 경찰서로 들어가는 그의 모습을 뉴스에서 봤던 게 떠올랐다. 수많은 기자와 카메라맨 앞에 굳은 표정으로 서 있던 그 사람. 검은 슈트를 입고 검은 안경을 끼고 있던 그가 바로 이 사람이라니, 새삼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그 모든 사건이 내 앞에 놓인 것처럼 생생해졌다. 뉴스 속의 그는 그런 소란이 익숙한 듯 보였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아우성과 수많은 시선 속에서 놓인 삶이란 어떤 것일까.


메이저 17번 스타 카드는 이름만큼 별이 많이 그려져 있다. 가운데 팔각의 큰 별을 중심으로 일곱 개의 별이 빛나고 그 아래 나체의 여신이 두 개의 호리병을 기울여 물을 쏟아붓고 있다. 하나는 자신이 발을 담그고 있는 연못에, 다른 하나는 대지에 붓고 있다. 여신은 마치 모든 생명을 살아나게 하려는 듯 호리병의 물로 대지를 적시고 있다. 동시에 진지한 얼굴로 깊은 물 속을 응시하고 있다. 심연을 꿰뚫어 보려는지 고요하고 집중된 시선이다.

이처럼 스타 카드에 넘쳐나는 물은 내면과 수용성을 상징한다. 또한 물은 종교의식에서 정화나 영원성의 상징으로, 융의 심리학에서는 무의식을 나나내는 상징이다.

스타 카드가 주로 예술가나 연예인을 나타낸다고 하는 데는 이런 상징들 때문이다. 예술가는 보통 사람들이 감지하지 못하는 것에 다가가고 싶어하고, 자신도 모르게 그런 것에 이끌린다. 마치 세상을 잊은 듯 자신의 내면을 깊이 응시하고 그렇게 길어 올린 것을 다시 세상으로 쏟아붓는다.

나체인 여신은 그 자체로 자연스럽다. 자신은 숨길 것이 없다는 듯 자신감에 차 있다. 예술가들도 그렇다. 그들은 사회적인 옷을 입고 있을 수가 없다. 그들만의 독특함은 자신을 그대로 드러낼 때 비로소 빛이 난다. 이처럼 그들은 아름다움을 느끼고 표현하는 일 말고는 다른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카드 속 여신은 위태롭기도 하다. 숨겨진 낙원에 있는 것처럼 별과 산과 연못만 있지, 주변에는 사람도 마을도 없다. 그녀의 유일한 벗은 나무 위에 앉아 있는 작은 새 한 마리다. 여신은 세상에서 아주 떨어진 곳인 자신만의 장소에서만 이런 아름다움을 감지하고 길어 올릴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러니 여신은 사람들이 몰려오면 금방 사라질지도 모른다. 별빛에 이끌려온 사람들은 아름다운 여신을 보자마자 환영처럼 사라지고 하늘의 별마저 떨어지고 말 것이다.


“안 좋은 일이 있었어요. 제가 잘못한 거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두고 나니 그다음은 내려가는 것밖에 없었어요. 그렇죠. 안 좋은 일이 있었다고 했죠. 그러고 나서 친구들 보는 게 힘들더라고요. 뒤에서 나를 욕할 것 같고, 그룹 멤버들한테도 괜히 미안하고. 사람들도 점점 멀어졌어요. 사람들이 다 내 얘길 하는 것 같았어요. 특히 여자들요. 사실 그전에는 내 앞에 줄을 섰는데 이젠 하나도 없어요.”

갑자기 그는 자기도 웃긴다는 듯 큰 소리로 웃었다.

“여자가 하나도 없다니. 하하하. 맞아요. 선생님 말씀이 맞아요. 여자들이 나를 좋아했던 건 나의 자신감 때문이었어요. 잘 나갈 땐 자신감이 엄청났죠.”

옆에 있는 누군가가 뭐가 그리 재밌냐고 하는지 그는 “어, 엄청 잘 맞는 걸.”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이제 일반인 여자를 만나볼까 싶어요.”

그는 자신의 낙원에서 추방된 사람처럼 말했다.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그는 보통 사람과는 다른 식으로 상처받고 있었다. 수많은 동경의 시선은 바로 비난의 시선으로 바뀌고 그에게서 분출되던 아름다운 아우라는 불 꺼진 재처럼 식어갔다. 빛나는 조명과 감각적인 옷들, 매혹적인 눈빛은 환영처럼 사라져버렸다. 그에게서 길어 올려진 감각의 세계는 세상에서 사라졌고 텅 빈 호리병을 쥔 채, 그는 더 이상 심연을 들여다볼 수가 없다. 그런데도 이런 일에 대해 모두 장난처럼 말했다.

“제가 늘 물어보는 할아버지가 있어요. 할아버지도 괜찮아진다고 했으니 그렇겠죠.”

타로를 보는 일은 오롯이 상담하는 사람 편이 되는 것이다. 타로카드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사람의 심정이 그대로 전해질 때가 있다. 그가 말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타로는 말해준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나는 그의 미숙함과 어리석음과 또한 찬란함과 하나가 된 것 같았다. 자신도 미처 느끼지 못하는 것이 내게 전해질 때도 있다. 그러면 나는 그 사람을 이해할 것 같고 누가 뭐래도 그 사람 편에 서게 된다. 당신 입장이라면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라고. 그래서 타로 한 장 한 장을 펼치는 것은 모든 처지에 놓인 모든 사람의 마음 가까이 다가가는 일이다.


언젠가 휘트니 휴스턴의 일생에 대한 다큐멘터리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어떻게 슈퍼스타가 탄생하고, 어떻게 그 별이 빛나고, 어떻게 몰락해 가는지 영화는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나는 그녀가 처음 텔레비전에 출연해서 노래를 부르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아직 어린 소녀였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연신 웃고 있었다. 눈은 신을 영접하듯 먼 곳을 향한 채 노래를 부르는 순간, 자신을 온통 열어젖힌 듯 갑자기 환한 빛들이 쏟아져 내렸다. 별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러나 그녀를 몰락으로 몰고 간 것은 돈과 마약과 사랑의 실패였다. 그것은 모두 엔터테인먼트 세계의 거대한 자본의 움직임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었고 그녀는 그 모든 것에 미숙했다. 위트니 휴스톤 뿐만 아니라 불행의 길로 접어든 예술가는 셀 수 없이 많다. 마치 나체로 있는 카드 속 여신처럼 그로 인해 아름답지만, 그로 인해 보호받을 수 없는 숙명이 예술가에겐 있는 것이다.

“다시 활동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난 아직 젊은데 다 살아버린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그는 몰락한 별일까, 아니면 아직 새벽을 맞지 않은 별일까. 그가 왕성한 활동을 펼치던 시절의 모습은 그 당시엔 몰랐겠지만 가장 빛나던 때였다고 할 만했다. 휘트니 휴스턴의 얼굴에서 쏟아지던 환한 빛이 그의 어린 얼굴 위에도 떠다녔던 게 기억난다. 그는 다시 저 먼 세계의 사람으로 돌아갔고, 나는 잠시 빛나던 별 가까이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흙먼지만 날리던 달의 표면과 화성의 추위 속에서 눈을 들어 다른 별을 찾아보았다. 영롱하게 빛나는 별들은 수 없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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