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날이었다. 땀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게 당연했다. 언제 가을 오고 겨울오나 싶었던 순간이었다. 피부가 민감한 나는 아무거나 바르기가 어렵다. 주변에 가게에 들어가서 기웃거린다. 이제 세일 시즌이구나. 내 피부를 도화지 삼아 선크림을 칠해본다. 바르자마자 올라오지는 않았다. 발랐는데 촉촉하게 스며 들어서 마음에 들었다. 기쁜 마음에 아침에 피부에 듬뿍 바르고 출근을 했다. 시간이 지나자 아니나 다를까. 화장실에서 거울을 확인하니 붉은 여드름이 인사를 한다. 선크림을 하루 쓰고 나면 일주일 동안 붉게 물든 피부로 살아간다.
일명 선크림 유목민이다. 해가 용암처럼 느껴지는 날에는 양산을 꼭 챙긴다. 대부분 선크림과 모자를 쓴다. 개인적으로 모자를 쓰면 머리가 찌는 느낌이라 여름에는 쓰기 버겁다. 햇빛때문에 얼굴 자체가 뜨거운 느낌이 난다면 어쩔 수 없이 선크림을 꼼꼼히 바른다. 조금은 피부 보호가 되어서 워터파크나 해변가에 다녀왔을 때 따가움이 덜하다. 거의 20년 넘게 하나의 선크림으로 정착을 못하고 있다. 1년동안 쓰던 선크림도 어느 순간 피부에 맞지 않았다. 피부랑 선크림 너희 둘이 화해해. 말을 타고 황무지를 달려 가는 느낌이다. 나의 피부가 잘 적응하는 그날까지 달릴 예정이다. 아무래도 피부에 맞는 썬크림을 찾기 전에 말이 지쳐 쓰러질 거 같아 걱정이 되긴 한다.
질병에 대한 백신이 생길 때마다 놀랍다. 주사 한방에 병을 이겨낼 수 있다니. 몸에 레벨업 버튼이 숨겨져 있는 걸 백신이 찾아주는 거 같다. 쉬고 있던 세포들을 일을 시키는 걸까. 연구자분 및 관련 직종분들이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머릿속으로 선크림 백신이 만들어지면 어떨까하고 상상을 한다. 여드름이 생기지 않는 피부가 되는 걸 수도 있다. 뭐든 발라도 얼굴에 올라오지 않는다니. 상상만해도 상쾌해진다. 세세한 성분에 반응하지 않고 덤덤하고 강한 피부라니. 현실은 조심스럽게 성분표까지 꼼꼼히 보며 고르지만 말이다. 그래도 한번쯤은 선크림 백신이 있는 피부로 살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