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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어른 괜찮은데

드라마<오늘은 조금 매울지도 몰라>를 보고

by 찬달

제법 사회인이 되었다고 일하는 중에 종종 농담도 한다. 직장을 다니는 작은 행복이랄까. 학생 때 혼자 공부를 하던 시절을 지나서 이제는 협업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곁에 있으면 시시콜콜한 이야기으로 분위기를 풀 때가 있다. 꿈에서 맛있는 밥을 먹기 전에 바로 깼다던가, 운동 영상을 보려다가 먹방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던가 말이다. 학교를 등교하면서 보이는 어른은 노트북을 들고 멋있게 일하는 사람이었다. 옷도 쫙 양복으로 입고 명석하고 논리적인 대화법도 아는 지식인으로 보였다. 지금 내 모습을 보면 정반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상과 가깝지는 않은 거 같다. 팀에서 수다를 좋아하는 참새로 성장했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도 종종 나오는 주제가 있다. 어른이 되면 달라질 줄 알았고. 그럴 때면 엄마가 말을 얹는다. 작년보다 1살 많아 지는 건데 뭐가 크게 달라지냐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일에 대해 능숙해지긴하지만 이상적인 어른이 되어 가지는 않았다. 연차가 쌓이면 실수가 적어 지겠지 했지만 실수는 조금씩 하고 해결하는 방법을 빠르게 찾게 된다. 업무가 과하게 많아지면 분노가 차오르는 경우가 있다. 심신안정을 위해 명상을 할까 하면서 유튜브를 찾아본다. 나중에 명상은 알고리즘에서 사라지고 예능 유튜브를 보며 깔깔 거리는 내가 제법 웃기다. 귀여운 일러스트를 보면서 마음을 녹이기도 한다. 이모티콘도 귀여운 토끼와 강아지를 쓰면서 웃음을 짓고 있다.

서로 투닥투닥하면서 오래 보는 사이가 있다. 곁에서 지켜보면 신기하다. 아이들처럼 틱틱대기도 하고 삐지기도 한다. 편할수록 장난도 치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거 같다. 개그라고 하면서 주변을 썰렁하게 만드는 말도 내뱉기도 한다. 처음에는 뭐야 싶다가도 뒤돌아서면 피식하고 입꼬리가 급히 올라갔다 내려간다. 조금 이쓰면 새로운 해가 다가 온다. 달라질 수도 있지만 지금과 비슷한 어른으로 지낼 듯하다. 귀여운 일러스트가 좋고 노랑색이 좋고 편한 옷을 사랑하는 어른. 어릴 때 내가 지금의 나를 지나쳐 간다. 잠시 멈춰 섰다가 혼잣말로 중얼거릴 거 같다. 저런 어른도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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