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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 바다의 시간

생존수영

by 이창수


학생들과 함께 강릉시청소년해양수련원에 입소했다. 1박 2일 동안 생존수영과 안전교육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기간 동안 담임 선생님들과 함께 학생들과 상주하며 지내게 되었다.


지난주부터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파도가 생각보다 세서 프로그램 진행도 강약 조절을 하며 운영되었다. 첫날은 비교적 가볍게 둘째 날은 본격적으로 해양으로 나가 직접 보트를 저으며 단합된 행동을 보이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숙련된 안전요원들과 프로그램 강사진으로 구성된 수련원이기에 마음 놓고 위탁한 활동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임 선생님들의 어깨는 늘 무겁다. 집을 떠나 친구들과 함께 숙박하며 하는 활동인지라 배탈이 날 수도 있고 갑자기 열이 올라 해열제를 먹여야 하는 일도 생긴다. 밖에 나와 밥을 잘 먹는지도 살펴봐야 되고 해양 활동을 마치고 난 뒤 잃어버린 소지품은 없는지도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가장 안전한 곳이 학교 안이지만 학교 밖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활동들이 다수가 있기에 인솔하신 선생님들의 마음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교감인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다가 수고하고 애쓰는 선생님들을 위해 집에 직접 한 방울 한 방울 모은 더치커피를 여러 병에 담아 시원하게 드실 수 있도록 내 나름대로 성의를 보인다.


편하게 있으라고 말씀을 드려도 선생님들은 책임감 때문인지 늘 시선이 학생들에게 쏠려 있다. 나라도 나서서 선생님께 휴식 시간을 가지라도 말씀드리지 않으면 밤늦도록 온 신경을 쓰며 지낼 기세다.


총책임은 교감이 집니다. 여기에 제가 온 이유도 선생님을 대신하여 책임을 지기 위해 왔으니 조그이라도 맘 편하게 지내세요.라고 말씀드려야지만 그제야 약간의 쉼을 가지신다.


담임 선생님들끼리 마음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적당히 자리도 비켜 주고 싸 가지고 온 노트북을 열어 간간히 학교 업무도 처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와이파이가 연결되는 곳을 미리 확인해 둔다. 학교 밖에 나와서도 업무를 볼 수 있으니 참 좋은 세상이다.


학교에 계시는 선생님들로부터 전화도 받는다. 몸은 밖에 나와 있지만 머리로는 학교도 생각하며 마치 학교에서 근무하는 것처럼 지낸다.


코로나 이후 해양수련원도 시스템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예전에는 자체적으로 식당을 운영했는데 지금은 식당마저도 업체로 위탁을 준 것 같다. 설명을 들으니 오히려 식당 운영을 위한 직원을 채용하는 것보다 그때그때마다 업체가 들어와서 준비해 온 식사를 자율 배식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한다. 코로나가 바꿔 놓은 변화상이다. 다른 곳은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해양 활동을 한 덕분에 평소보다 식사를 맛있게 먹게 된다. 역시 시장이 반찬이다.


늘 학생들을 인솔해서 밖으로 나와 재우다 보면 밤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까 봐 걱정인데 다행히도 일찍 잠들었다. 감사하다. 활동을 마치고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대부분 코를 골며 눈을 붙이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까지 안전한 활동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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