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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의 자전거

"까만 자동차만 타고 다니니까 못 보지"

by 이창수


자전거 하면 먼저 나태주 시인이 생각난다.


그에게 있어 유일한 이동수단은 자전거라고 한다. 현직에 있을 때에는 교육청 장학사도 하고 초등학교 교장선생님도 하셨는데 참 검소하다. 이동수단만큼은 그가 자전거를 주로 타는 이유는 이렇다.


자전거를 타고 골목골목 다녀 보면 사람 살아가는 모습들이 다 보인다고 한다. 우리네 시장님, 군수님들도 말로만 하는 정치가 아니라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사람들의 모습을 봐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까만 자동차만 타고 다니니까 못 보지"


자전거 하면 또 생각나는 분이 있다. 소설가 김훈이다.


김훈의 에세이 <자전거 여행>은 자전거 여행 마니아들이 생각하는 자전거 여행집이 아니다. 풍륜(김훈이 타고 다니는 자전거 이름)이 지나간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과 역사적 숨결을 더듬어 보는 책이다. 소설가 김훈은 <자전거 여행>에서 다음과 같이 첫 문장으로 글을 연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오늘 날씨가 무려 33도를 웃돈다. 여름휴가 기간은 밀린 숙제를 해야 하는 시간이다. 몇 년 전부터 여름, 겨울 휴가 기간에 약 3주에 걸쳐 치과 진료를 받는다. 그래야 하지만 학기 중에 자리를 비우지 않아도 된다.

치과 진료는 언제 가도 사람으로 붐빈다. 예약제이기 때문에 일찍 가서 선착순으로 진료 순서지에 이름을 적고 온다. 번호에 따라 대략 진료 시간을 가름할 수 있다. 집에서 걸아갈 수 없는 거리에 있기에 예약하러 가기 위해서는 이것저것 따져보았을 때 가장 효율적인 이동수단인 자전거를 이용한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치과에 갈 때 자전거를 이용하면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자동차를 타고 가나 자전거를 타고 가나 시간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 자동차를 타고 가면 신호등에 걸리지 협소한 주차장에 파킹하느냐 시간을 잡아먹는다. 반면 자전거는 거침없이 질주할 수 있다. 별도의 주차 공간이 필요하지도 않다. 오고 가고 살짝 더운 것만 빼고 자전거가 최고다. (집에 와서 찬물로 샤워 잠깐하면 금방 더위를 식힐 수 있다)


둘째, 시내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다. 기회가 되면 전통시장에 들러 찬거리도 사 올 수 있다. 물론 아내의 심부름이다. 명태를 살짝 말린 코다리는 전통 시장 단골집에서 사는 것이 최고다.


셋째, 운동이 저절로 된다. 어제부터 계단 오르내리기를 하면 다리 근력을 키우고 있다. 2일 차다. 운동이라는 것이 결국 자기와의 싸움이다. 그런데 운동 말고 일상의 삶에서 운동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있다. 웬만한 거리는 걸어가고, 오늘처럼 치과 예약을 하러 갈 때에는 자전거를 이용하고. 이런 식으로 삶의 패턴을 조금만 바꿔도 운동 아닌 운동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지금은 50km 떨어진 곳에 근무지가 있어 자전거를 잘 타지 않지만 이전만 하더라도 자전거로 제법 출근을 자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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