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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감의 휴일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며

by 이창수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교회에 가서 새벽기도회에 참여하고, 6시부터는 교회 청소를. 아직까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다밀도 공간인 교회에는 방역이 필수다. 내가 맡은 역할을 연막 소독, 또 다른 분은 분말 소독. 연기 자욱한 교회 공간은 시간이 지나면 청정 구역으로 바뀐다. 방역 활동 봉사는 2020년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벌써 4년 째다. 내일 교인들이 오기 전까지 최대한 쾌적하게 만드는 일에 일조를 한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시월에 있을 우리 지역 경포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다행히 토요일에 개최되는 대회라 이번에 신청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마라톤 대회가 일요일이라서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경포 마라톤은 토요일이라 용기를 내어 도전해 보기로 했다. 신청 종목은 하프. 20여 킬로미터를 뛰는 경기라 주저했지만 일단 도전해 보기로.


8월에는 집 근처 공원 계단 오르기로 체력을 연마했고 9월부터는 400미터 트랙이 잘 정돈되어 있는 축구 공원에서 아침에 잠깐 연습하고 있다. 오늘로써 벌써 사흘째다. 첫째 날, 둘째 날까지는 400 트랙을 8바퀴 정도 뛰는 것으로, 오늘은 토요일이라 시간적 여유가 있어 무려 24바퀴를 뛰었다. 거리로 환산하면 얼추 10킬로미터 될 것 같다. 시간은 약 60분 소요되었다.


왕년에는 나도 달리기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지금은 조금만 오래 뛰면 오른쪽 무릎에 통증이 오고, 왼쪽 발바닥 부근에도 욱신욱신 아파온다. 오늘 24바퀴째 돌다 보니 신호가 왔다. 큰일이다. 마라톤 하프를 뛰기 위해서는 통증이 없어야 하는데. 숨은 가빠오지 않는데 통증 때문에 염려된다. 연습하면서 근육을 단련시켜 가면 괜찮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달리기는 전신 운동이다. 안 쓰던 근육들을 움직였더니 온몸이 쑤시다. 피곤해서 노곤해진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줄어든다는데 바로 내 꼴이다. 내가 그렇다.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지금부터라도 달리기를 통해 근육을 보강해 가야겠다.


경포 마라톤 준비 때문에 달리기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으니 감사하다. 과연 당일날 출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고스트>라는 책에는 열등감, 상처로 가득한 캐슬이라는 학생 이야기가 나온다. 캐슬이 새로운 삶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육상 코치의 만남에서 비롯된다. 삐딱하게 자랄 수도 있었을 텐데 멋진 멘토를 만나 정직한 삶, 도전하는 삶을 사는 것이 무엇인지 배우게 된다.


나에게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 초등학교 때 육상선수로 발탁된 적이 있다. 학교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단축 마라톤으로 기억된다. 전날 대회 나가는 아들에게 그동안 못 매긴 것이 아쉬웠는지 닭백숙이 삶아 주셨던 것이 기억난다. 정말 맛나게 먹었다.


다음날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대회 전날에는 고기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을 몰랐다. 특히 평소에 먹어보지도 못했던 고기를 웬 떡인가 싶어 배부르게 먹었던 터라 당연히 대회 당일날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나도 캐슬처럼 부끄럽지만 '도벽'이 있었다. 나쁜 의도는 없었다. 단지 배고팠기에.


과거를 회상하며 마라톤 대회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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