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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May 12. 2023

우리는 방문객입니다~!

현장체험학습의 의미

오늘은 6학년 현장체험학습을 동행한다. 현장체험학습은 말 그대로 익숙한 교실을 벗어나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활동이다. 멋진 풍경도 감상할 수 있고 우리 고장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현장체험도 학습의 연장선 아래에 있기에 교육적 효과를 염두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장체험학습을 떠나기 전과 다녀오고 난 뒤의 학생들의 피드백을 통해 나름 결과를 분석해 낼 수 있다.


현장에서 학생들의 생생한 표정과 서로 간 나누는 대화를 통해서도 현장학습의 효과를 느낄 수 있지만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쉽게 잊힐 수 있는 가벼운 감동이 아니라 묵직한 돌멩이가 가슴을 눌러 내리듯이 잔잔하지만 울림이 있는 의미 있는 학습이 되기 위해서는 사전 계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전 계획 속에서는 당연히 안전에 대한 요소를 간과할 수 없다. 주어진 예산 안에서 오고 가는 교통수단을 예약하고 체험할 장소와 식사까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십 명의 학생들을 인솔하다 보면 교육적 효과보다는 정말 솔직한 말로 안전하게 다녀오는 것이 최고의 목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더 욕심을 가져본다면 현장체험학습의 의미와 추구하고자 하는 교육 목표다.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는 일은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어린 나이일수록. <희망을 여행하라>의 임영신 저자는 여행에 대한 정의를 남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여행은 떠남이 아니라 만남이다. 어디로 가 아니라 어떻게의 문제이다. 소비가 아니라 관계"


현장체험학습은 늘 생활하던 학교와 교실을 떠나는 물리적 의미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또 다른 '만남'을 위한 학습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준 책이다.


'어디로' 떠나는 것에 방점을 두게 되면 흥밋거리를 쫓을 수밖에 없다. 학생과 학부모들의 수요 조사를 통해 가장 희망하는 장소로 하루 이틀 정도 다녀오면 문제가 없다. 다녀오고 난 뒤에도 뒷얘기가 없다. 희망 사항대로 다녀왔으니까.


반면 '어떻게' 다녀올까에 중점을 두게 되면 그때부터 협의해야 할 사항도 많아지고 선생님들의 고민도 깊어지게 된다. '어떻게'에 대한 물음에 답은 학생들을 가장 잘 아는 선생님의 어깨에 달려 있다. 교감의 역할은 당연히 선생님들의 고민을 잘 듣고 경청을 통해 할 수 있는 일들을 말없이 도와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현장체험학습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지점은,


"소비가 아니라 관계"라는 관점이다. 어디에 가서 무엇을 사고 무엇을 체험하고 무엇을 먹고 사진을 찍어 인스타에 올리고 등등의 달콤한 초콜릿을 학생들에게 경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통해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읽어내며 시간이 가용하다면 그분들과 일과 진로, 생업과 생활 등등의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계획들이 기획된다면 좀 더 의미 있는 관계의 학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끝으로 우리는 현장체험학습 장소에서 관광객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방문객이 되어야 한다.  관광객은 단지 볼거리 살거리 먹거리에만 관심을 가지지만 방문객은 사람과 환경을 생각하고 관계를 생각하기에 지나온 흔적들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해발 700미터 고산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해안가에 살고 있는 우리 학생들이 어떤 모습으로 바라볼까? 유심히 학생들의 표정을 살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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