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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May 12. 2023

교감의 센스

"학교에서는 담임 선생님이 최고입니다~!"

매년 3월 2일이면 학교마다 입학식이 열린다. 지금까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열리다가 모처럼 학생, 학부모 모두 대면으로 학교에서 준비한 장소에서 고사리 손을 붙잡고 기대에 찬 입학식을 맞이한다.


부모님들 모두 직장에서 반차를 내시거나 휴가를 내셔서 참석하셨을 것이다. 학생 한 명에 많게는 2~3명의 어른들이 축하해 주시기 오셨다. 할머니도 계시고 군복을 입으신 아버지(소령)도 계시고 모두들 자녀들이 입학식장에 준비해 놓은 의자에 앉은 자녀들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다.


입학식 식순에 따라 드디어 자녀의 첫 공립학교 입학식이다. 국민의례, 입학선언, 학교장 인사 등 여러 순서가 있지만 가장 관심이 있는 순서는,


바로 담임 선생님 발표다~!


두근두근. 담임 선생님이 어떤 분이신지 모두들 고개를 쭉 빼고 유심히 살펴보는 학부모님들의 눈동자를 자세히 쳐다보았다. 기대에 찬 눈빛이다. 보통 담임 선생님 발표와 소개는 단위학교 교감이 한다. 올해 우리 학교 1학년은 1개 학급이다. 학생 수 감소로 2개 학급에서 1개 학급으로 감소했다. 1학년 담임 선생님도 한 분이다.


마이크를 붙잡고 다음과 같이 1학년 담임 선생님을 소개한 것 같다.


"안녕하세요? 학생, 학부모님들을 뵙게 되어 기쁩니다. 날씨가 제법 쌀쌀했지만 학교로 들어오시는 여러분의 표정을 보니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찬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순간 부러웠습니다. 그 이유는 저도 세 자녀의 부모로 지내왔는데 막상 제 자녀 입학식에는 한 번도 가 볼 기회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런데 여러분은 직접 자녀의 입학을 축하해 주시기 이곳에 오셨으니 정말 부러운 마음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학부모님들이 학교에서 가장 관심이 있는 분은 학교장도 교감도 아니라고 봅니다. 여러분 맞으시죠? 네. 그렇습니다. 여러분의 자녀를 맡아 1년 동안 잘 돌보고 가르쳐주실 담임 선생님이 가장 관심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담임 선생님 소개에 앞서 한 가지 당부의 말씀을 드립니다. 다름이 아니라 담임 선생님을 가장 신뢰해 주시기 바랍니다. 학급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 자녀의 이야기보다 담임 선생님의 이야기를, 옆집 학부모님의 이야기보다 담임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더 신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뢰는 경청에서 시작됩니다. 담임 선생님과 학부모님들이 서로 소통하며 신뢰 관계를 만들어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드디어 담임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000 선생님입니다. 저희 학교 베테랑 담임 선생님으로 다른 선생님들도 훌륭하지만 1학년 담임을 맡으시는 000 선생님은 우리 학교 최고의 선생님이십니다. 큰 박수로 무대 중앙으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


짧게 성함만 이야기해도 되겠지만 첫 대면의 자리에서 1학년 담임 선생님에게 힘을 실어드리고 싶은 마음이 갑자기 들어 대본에도 없는 이야기를 마이크를 붙잡고 유창하게(?) 했다. 나중에 학생과 학부모를 보낸 뒤 1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교무실로 오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해 주셨다. 부담스러우면서도 과분한 칭찬이었다고.^^


사실 1학년 학생들은 학교에서 '외계인'으로 통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에서 외계인을 만나다』의 저자 권일한 선생님의 책을 읽고 당시 나는 이런 느낌을 기록한 적이 있다.


"외계인의 기상천외한 행동들을 대응하는 지구방위대 대장 권일한 선생님의 외계인과 함께 한 교실 이야기를 담아 놓은 책이다.

외계인과 함께 지내는 삶은 쉽지 않다. 같은 말을 계속해도 소용없다. 교실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하루가 천년 같으리라. 배꼽 빠지는 줄 알았다. 웃느라고(웃고 싶은 분은 200쪽부터 읽어보시라. 외계인이 외계인을 만나다)"


대한민국 학교에서 오늘 하루는 무척 바빴을 것이다. 입학식, 시업식, 부임식 등등. 하루에 최소한 세 건 이상의 행사를 치렀으니 말이다.


탁현민 전 의전비서관의 국가 의전 행사를 기록한 책 『미스터 프레지던트』에서는 행사의 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조언해 주는 대목이 있다.


"형식적인 아름다움도 중요한 가치이지만, 내용이 없으면 형식은 공허해진다.

형식은 반복되고 유지되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내용은 매번 새롭게 해석되고 변화할 때 의미가 있다 점도 중요하다. "_292쪽


형식보다 내용을, 내용도 같은 값이면 새롭게. 그러나 학교에 근무하다 보면 행사를 전담으로 운영하는 인력이 없다 보니 단위 학교에서는 매번 새롭게 행사를 재해석하여 추진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오늘 하루도 세 건의 행사를 위해 정열을 쏟아 준 교무부장님, 교무행정사님, 우리 비교과 선생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진심보다 더 감동적인 것은 없다! _285쪽 『미스터 프레지던트』고 했으니 우리의 진심이 담긴 행사를 넓은 마음으로 봐주셨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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