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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Oct 21. 2023

교감의 수첩

업무용 다이어리 활용법

일 년에 한 권 정도 일상의 기록을 수첩에 쓰고 있다. 평범한 업무용 다이어리에 쓴다.



일상이라 함은 주로 가정과 학교, 교회 등에서 살아낸 삶이다. 나는 라이프 스타일이 단조로운 편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된 일상이지만 기록으로 일단 남겨 놓는다. 시간이 지나서 기록된 것을 한 장 한 장 넘겨 보면 그곳에는 특별한 만남이 기록되어 있고 기억에 남을 만한 사건이 빼곡히 적혀 있다. 속상한 마음의 감정이 짤막하게 기록되어 있고 기쁨의 소식도 키워드 중심으로 메모되어 있다.  



만약, 기록으로 남겨 두지 않았다면 기억의 파편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깨알만 하게 쓴 기록들의 모음은 곧 내 삶을 완성하는 핏줄이자 호흡이라고 볼 수 있다. 치열하게 살아온 전투의 흔적이다.



매년 초에 업무용 다이어리를 이곳저곳에서 공수받게 된다.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놈을 한 권 픽한다. 기록할 공간이 작아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해서 너무 커서도 안 된다. 내 기준으로 적당해야 한다. 종이 질은 그다지 따지지 않는다. 주로 집 책꽂이에 꽂아 두고 퇴근 뒤에 하루를 정리하는 마음으로 기록한다.



업무용 다이어리는 말 그대로 업무용으로 쓰라는 건데 나는 업무+ 삶의 자잘한 기록들을 적어낸다. 보통 업무용 다이어리에 업무 내용들을 많이 기록할 것 같은데 생각만큼 그렇지 않다. 처음에는 알차게 계획하고 일정을 메모하느라 뭔가 쓰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곳에 쓰게 된다. 주변에 다른 종이나 포스트잇, 또는 중간 크기의 탁상 달력에 메모한다.



결국 두꺼운 업무용 다이어리는 애물단지가 되고 만다. 그해만 쓸 수 있도록 날짜와 요일이 인쇄되어 있고 디자인되어 있는지라 이월해서 쓰기란 결코 쉽지 않다. 당해에 배부받은 다이어리도 활용하지 못하는데 다음 해에 사용한다는 것은 그저 말 뿐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폐기 처분된다.



몸에 지니고 다니며 아무 때나 간단한 기록을 할 수 있는 크기 정도라면 모를까 제법 크기가 나가는 업무용 다이어리를 조금 값지게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올해부터는 일상의 기록을 담아내는 곳으로 용도 전환했다. 폐기 처분 대상에서 보관 대상으로 바뀌었다. 애물단지가 아니라 보물단지로 변신했다.



2023년 1월부터 지금까지 월간 계획란에는 하루의 인상 깊었던 사건, 만남, 목표 달성 위주로 키워드로 간략하게 쓰고 일일 계획란에는 일기 형식으로 기록해 둔다.



한쪽에 이틀 치를 쓰게끔 구성되어 있어 분량도 부담가지 않는다. 하루하루 기록해 두다 보니 연말이 다가올수록 제법 기록으로 가득한 책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하루하루의 기록들이 곧 내 역사가 되고 있다.



"기록이 쌓이면 뭐든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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