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아니라 토요일 그날은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 동문체육대회 행사가 열리는 날이었다.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행사라 지난주부터 주관 기수 회장님이라는 분이 학교로 찾아와 여러 가지 협조 사항을 부탁해 오셨다.
어디에서 전기를 끌어 써야 하며 운동장에 천막과 테이블을 설치하며 발생될 쓰레기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등등의 제반 사항들을 조율 차 오셨다.
그리고 교장님께는 내빈 축사를 부탁하셨다.
드디어 토요일 아침 고속도로로 40여 분 소요되는 학교로 가야 될지 말아야 할지 참 고민이 되었다. 고민 끝에 학교에 출근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결정적인 포인트가 있다.
첫째, 학교장께서 축사를 하고 학교의 대표로 총동문회 행사에 참가하는데 교감이 내가 모른 체하고 집에서 쉬고 있기가 거시기했다. 쉬고 싶고 개인적인 일도 하고 싶은 것도 있었지만 그래도 학교에 출근해서 교장님 곁에서 잘 보좌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과론적으로 내가 교장님 곁에 있기 참 잘했다. 지역의 총동문체육대회 행사는 단위 학교의 행사를 넘어 지역 행사로 여기는 분위기다. 소속 동문들도 오지만 지역의 웬만한 이름께 있는 분들이 인사 차 오신다. 도의원, 시의원, 기타 여러 기관장들. 심지어 시장, 시의장, 국회의원까지 오셨다. 동문회장이 내빈들을 정중히 모시지만 장소가 학교이고 현재 소속 학교의 장인 교장님께서 뻘쭘하게 그냥 있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누군가는 곁에서 손과 발이 되어 줄 필요가 있었다.
시간 내기 참 잘했다. 누군가로부터 칭찬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교감이라는 역할이 내게 주어졌기에 그날 토요일, 총동문체육대회에 시간을 내어 참여하기를 참 잘했다. 참고로 그날이 토요일이라서 참석할 수 있었다. 예전에 있었던 학교는 일요일에 행사를 하게 되어 참 난감했던 기억이 있었다.
두 번째, 학교에서 열리는 지역 행사에 교감이 참석해야 하는 이유는 원만한 학교 운영과 지역 사회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사전 작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문 중에서는 지역에서 유력한 영향력을 행사하시는 분들이 참 많다. 학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이분들의 도움으로 손쉽게 해결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평소에 일일이 찾아뵙고 학교 현안을 문제를 말씀드리기도 어려운 상황에 토요일처럼 학교에 있기만 하면 대부분의 유력 인사들을 만날 수 있으니 어찌 효율적이 아닐 수 있겠는가.
학교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체육관 건축 문제도 지역 사회의 도움이 컸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전개될 그린스마트 학교 개축 사업도 학교장 만의 노력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얼굴을 보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자리가 총동문체육대회 행사의 자리였다.
특히 동문이면서 학교운영위원이신 분들에게는 일부러라도 얼굴을 떳떳하게 보이고 싶었다. 자신이 나온 학교의 동문 행사에 교감도 시간을 내어 참석한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자랑하고 싶었다. 이렇게 얼굴을 내밀게 되면 다음에 학교에 무슨 일이 있거나 운영위원회 회의 때 정이 끌려 웬만한 일에 협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사람 사는 세상에는 이렇게 품앗이라는 게 있다. '내가 이렇게 시간 내어 참석해 주었으니 당신네도 학교 일에 적극 협조해 달라'라는 묵언의 요구다. ^^
<마을에 해답이 있다>라는 책에 보면 다음과 같은 의미 심장한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해 놓고 있다.
'왜 마을에서 답을 찾지 못했을까?'
지역 공동체가 무너진 첫째 이유와 함께 소통하는 문화, 상생과 협동의 가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점점 갈수록 사람들은 오프라인에서 만나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기보다 온라인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다.
"지역 공동체의 끈기의 성패는 주민 사이의 관계 맺기에 달려 있다" (65쪽)
저자는 마을의 지속성, 지역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은 결국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있다고 해답을 제시한다.
'관계'란 곧 소통이다.
거창할 수 있겠지만 토요일 총동문체육대회에 참석한 이유는 관계 맺기에 있었다. 여러 동문들을 만나고 지역 인사들을 뵈면서 소통의 장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학교도 지역 사회와 상생하고 협력하기 위해서는 이보다도 더 한 수고도 아끼지 아니해야 한다.
학교가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 때 지역사회도 손을 잡아 준다.
학교 혼자의 힘으로 교육을 책임질 수 없다. 지역사회와 함께 가야 한다.
교장, 교감의 역할은 미우나 고우나 지역 사회분들과 지속적 소통의 관계를 맺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