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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수 Feb 22. 2024

교감으로 산다는 것, 교감과 직접 통화를 하고 싶다고?

오후 4시쯤인가 교무행정사님이 어떤 학부모님이 교감 선생님과 직접 통화하고 싶다면 교감 직통전화를 알려달라고 하셨다고 한다. 교감과 직접 통화하고 싶다고?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교무실 전화로 교감 바꿔 달라는 것도 아니라 교감 직통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니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교무실에 걸려 오는 학부모 전화는 열이면 열 모두 단순 문의보다는 민원성 전화가 대부분이다. 그것도 교감 바꾸라는 전화는 소위 말해서 악성(?) 민원일 가능성이 높다. 3년째 교감 생활하면서 피부로 느낀 바다. 


교감 직통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학부모도 아마도 뭔가 불편한 것이 있어서 나와 직접 통화하고 싶었을 것이다. 교감 직통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그 학부모로부터 전화가 걸려 오기까지 약 5분 정도 기다렸다. 가슴이 답답했다. 무슨 일일까? 대충이라도 어떤 내용인지 알아야 방어를 할 수 있는데. 학급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더더욱 알 수 없다. 담임 선생님과 학생과의 관계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담임 선생님이 나에게 설명해 주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다. 민원을 걸어온 학부모와 대화를 통해서야 그제야 안다.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오기가 쉽지 않다. 


만약 학교 전체적인 행사의 문의나 질의라면 당연히 교감으로써 대응하며 책임 있는 답변을 드릴 수 있다.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 학생과 학생과의 관계, 교사와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일어난 갈등이라면 대답해 줄 게 많지 않다. 전화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 동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잠시 뒤 내 책상 전화기에 벨이 울렸다. 핸드폰 번호가 떴다. 


 

“안녕하세요? 교감입니다.”

“네. ○○○입니다”

“네. 안녕하셨죠? 무더운 여름 건강하게 보내셨나요?”

“네. 교감 선생님도 건강하셨죠?”


 

여기까지는 상투적인 인사가 오간다.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어떤 질문이 쑥 들어올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우리 아이가 그러는데 현장학습 취소되었다면서요?”


 

올 게 왔다. 어제 교직원 회의 시간에 함께 의논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법제처의 해석으로 일선 학교 현장학습에 제동이 걸렸고 이에 대한 후속 대책으로 선생님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방안을 고민했었다. 


 

“취소된 것이 아니라 보류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왜 보류되었는지 말씀을 드렸다. 초등학교에서 수학여행이나 현장학습을 목적으로 이용하는 일반 관광버스라도 ‘어린이 통학버스’ 기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를 하려면 차량을 노란색(황색)으로 도색하고, 어린이 체형에 맞는 안전띠를 별도로 설치해야 한다. 분명히 학부모도 알고 있었을 터인데 왜 전화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신문 기사, 지침 등을 말씀드렸다. 학교의 잘못이 아니라 법 해석으로 중지되었음을 알려드렸다. 하지만 학부모는 앞으로 지침이 달라질 수 있으니 학교 측에서 발 빠르게 현장학습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노력해 달라고 이야기하셨다.


누군들 모르나. 가장 애타는 게 학교인데. 담임 선생님인데. 학교는 그동안 계약해 놓았던 것 취소하랴 후속 대책 방안 세우랴 학생들에게 설명하랴 이만저만 고생이 아닌데 정답도 없는 질문을 왜 전화까지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학교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학기 초부터 세운 현장학습 계획을 일방적으로 취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인데. 학교에서 현장학습은 교육과정 안에서 실천된다. 계획 전 협의, 계획, 사전답사, 실행, 사후 결과 순으로 안전과 교육적 효과를 계산하며 시스템 안에서 운영된다. 


 학교는 다양한 생각을 지닌 학부모들을 상대한다. 일선 학교 교감들이 그 일들을 감당하고 있다. 교무실에서 어떤 전화가 걸려 오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다른 교직원들은 잘 모른다. 혹시나 노파심에 다시 말씀드린다. 학교 관리자들이 그냥 놀고먹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교감으로 산다는 것』 

(2024년 출간을 목표로 준비 중, 199쪽)

1장 교감으로 산다는 것은

2장 교감으로 버틴다는 것은

3장 교감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4장 교감으로 만난다는 것은

① 토요일 아침부터

② 상담이 아니라 대화로

③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마음이

④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⑤ 공감이 아니라 감정노동을

⑥ 싸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⑦ 거침없는 돌직구가 날라 오다.

⑧ 민원을 통해 한 수 배우다. 

⑨ 교감과 직접 통화하고 싶다고?

5장 교감으로 만족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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